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과 발도르프학교
정윤경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슈타이너는 요즘 읽은 사람들 중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그의 책을 읽어나갈수록 무한한 상상력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그는 신비적 감정이 아닌 분명한 개념을 통해 정신적 영역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정신의 영역을 신비의 요소로만 보려하지 않고 과학적 개념의 틀을 세우려 한 것이다. 이 점 어제 읽던 성철 스님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우리 몸은 세 요소로 이루어지는데, 신체는 유전 법칙에 지배되며, 영혼은 자기 창조적 운명에 따르고, 정신은 불멸하여 끊임없이 지상의 삶을 반복한다. 신체는 물질체, 에테르체, 아스트랄체로 이뤄지고, 영혼은 감각혼, 오성혼, 의식혼으로 구성되며, 정신은 정신의 물질체, 정신의 에테르체, 정신적 자아로 짜여져 있다. 이 책과 성철 스님의 책을 나란히 읽는 와중에 참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슈타이너의 책에도 윤회(reincarnation)와 카르마(Karma)가 나오는 것.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무엇인가 이유가 있고, 그 이유와 관련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아이들은 우주적 존재이고, 아이들이 발달해 가는 과정 속에서 인류와 우주 전체의 진화 과정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불생불멸의 인간을 이야기한 불교와 명확히 합치하는 점이 아닌가.

학생들이 개성을 잃어버린 것은 진정한 교육은 사라지고 고된 학교생활만 있었기 때문이어서, 새로운 학교, 인간교육을 지향하는 학교라면 교사 교육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슈타이너 교육 철학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우리가 숱하게 들었지만, 결국 우리 사범대학에서, 또는 교대에서 진정으로 학생에 대한 이해를 가르친 적은 없지 않았던가. 인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가 어떻게 '영혼을 위한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교육을 중심에 두지 않고, 교육 인적 자원을 중시하는 물신숭배 사상이 팽배한 대한민국에서, 인간을 목적으로 보지 못하고 물적 자원 차원의 수단으로 보는 현실인데, 교육이 자유로운 정신 생활을 가르치고, 정치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사립학교라고 한들 공립학교와 다른 것이 전혀 없는 우리의 현실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사립학교에서 신입생을 뽑는 것에 감놔라 배놔라 한다면 그것이 어이 사립학교란 말인가.

우리나라에도 발도르프 이상의 학교가 생길 때가 되었다.

나는 생각한다. 말을/ 나는 말한다./ 나는 말했다./ 나는 추구한다, 정신 안에서 나를./ 나는 느낀다. 내 안에서 나를./ 나는 지금 정신 세계로, 나에게로 가는 중이다.

이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수업을  시작하는 선생님과 학생이라면 수업에 더 열중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소중함과 내가 지금 하는 행위가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교육에 몰두한다면.

나는 슈타이너의 '기질론' 읽기를 좋아한다. 기질이란 태어나기 이전의 정신세계에서 가져온 것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인 요소가 많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아가 강한 담즙질, 아스트랄체가 우세한 다혈질, 에테르체가 성한 점액질, 물질체가 강한 우울질.

이 기질들은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대신에 아이들의 주된 기질이 무엇인지를 묻고, 그 주된 기질을 상반된 기질을 권함으로써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기질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교사와 부모는 심각하게 고려해야하는 것이다. 결국 기질론은 학생을 단정, 재단하여 분류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되며 현재 아이들이 드러내는 서로 다른 모습을 이해하는 단서임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잠은 깨어나기 마련이므로 자고 있는 상태의 의식을 보이는 아이들 역시 적합한 교육을 통해 잠자고 있던 의식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

교육은 과학이라는 지식 체계 아닌 예술이다. 그래서 학생은 전체와 균형과 조화로서의 전인교육이 되어야하며, 여기서 교사는 예술가의 역할을 담당한다. 교육의 내용은 삶과 통합되어야 하고, 삶과 유리되지 않은 내용이어야하며, 예술적이고 실제적인 포괄적 통합적 내용을 담보해야 한다.

자유로운 정신으로서의 교육, 빈부의 격차를 재생산하는 구조로서의 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슈타이너 교육의 학습은 필수과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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