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올 에이지 클래식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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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렸을 때, 학교에서 폐품 수집하는 날을 무진 기다렸던 것 같다.

폐품 수집을 하면 우리집에선 여기저기서 주워두었던 폐신문지를 가져다 내곤 했지만,

아이들은 집에서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마구 가져다 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간혹 선생님들이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주워다 읽기도 했는데,

그럴 때 소공자, 소공녀 등의 책은 어쩌면 꿈속의 고향을 헤매는 기분으로 만났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교실의 폐휴지는 하루이틀만에 정리가 되어버렸고,

책을 읽을 기회는 상실의 허전함만 남기고 사라졌다.

 

아이를 기르면서 다이제스트 동화책들을 읽어주고 하면서 간단하게 줄거리만 엮인 어린이용 책으로 읽었을 때에 비하면,

요즘 읽게 되는 이야기들은 삶의 오묘함을 가득 담은 비밀 공간을 살짝보여주는 묘미를 담고 있달까,

그런 느낌으로 읽게 된다.

 

비밀의 화원이나 빨간머리 앤처럼,

소공녀 역시 소녀들 취향에 어울리는 수난과 운명에 얽힌 이야기이다.

 

주인공 사라는 인도 출신 아버지가 영국의 유명 기숙학교에 맡겨 자라게 된다.

워낙 귀족 취향이라 주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데, 상상 속의 이야기 들려주기가 사라의 취미다.

어느 순간 아버지가 죽고 사라는 고난의 구렁텅이로 빠져 고난의 일상을 살게 되는데...

사라는 비참한 삶 속에서도 스스로가 공주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스로 부처임을 깨달은 존재와도 같다고나 할까.

물론 삶의 거스러미는 날마다 사라를 괴롭히지만,

사라는 멜키세덱이란 쥐를 보고도

"사람들이 나를 보고 소리치며 달아나면 정말 기분이 안 좋을 거야. 게다가 나를 잡으려고 먹이로 가장한 덫도 놓을 테니.

사실 얘도 쥐가 되고 싶어된 건 어나잖아."하면서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낸다.

 

어떤 상황도 모두 '이야기'로 치환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 능력이었다.

 

"이야기지. 모든 게 이야기야.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민친 선생님도 이야기야."

 

주어진 상황에 지나치게 비관하지 않고, 스스로 놓인 자리를 제대로 파악하면서

늘 긍정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갈 줄 아는 사라의 지혜로움과 천성적 고결함은 이야기를 힘차게 이끄는 힘이 된다.

 

"무슨 일이 있더고 나에게서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어.

공주라면 아무리 누더기를 걸쳐도 여전히 내면은 공주잖아.

황금 옷을 입고 공주답게 행동하는 건 쉬운 일이겠지만,

아무도 알아 주지 않을 때 공주답게 행동하는 게 더욱 가치있는  일이야.

... 그것이 진정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강한 거야."(181)

 

어쩌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는 듯도 한 구절들을 만나게 된다.

이야기는 우연의 연속으로 해피엔딩을 끌어내지만, 이렇게 긍정적 사고로 충만한 사람 옆에서라면,

어둠 속에서도 빛을 느낄 수 있겠다.

 

18쪽. 천천히 도보를 걸어가며... '보도'를 걸어가는 게 맞다.

102쪽. 파리에서 직접 공수해 온 거라니... '공수'는 비행기로 운송한 걸 뜻한다. 이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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