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나무 정류장 창비시선 338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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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나무는 키가 야트막하면서도 동그마한 잎사귀 단풍도 이쁘게 든다.

그래서 빠알간 자두 열매와 함께 집앞을 꾸미곤 하던 나무다.

정류장에 자두나무가 한 그루 있다면,

버스를 기다릴 때,

하염없이 바라보는 도착안내 표지판보다 훨씬 위안이 될 수 있겠다.

 

이 책에선 또 '이팝나무 우체국'도 있고,

'살구나무 변소'도 있다.

시골 생활의 운치를 삶 속에 그대로 번지도록 살며시 떠올리는데,

한지에 옅은 색상으로 무늬가 번져 오르듯,

시상이 웃음으로 환하게 번져가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시집이다.

 

그의 목젖은 '목놓아 울 때/ 나에게 젖을 물려주는' 것이 되고,

그의 배꼽은 '생명의 근원으로 입과 다르지 않은' 것이 된다.

그의 '어떤 품앗이'에서는 삶의 전통이 녹아 있어 궁핍 속에서도 풍요롭던 기억을 호명해 내곤 한다.

 

'바닥'처럼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 내기도 하고,

'밤비'처럼 봄, 밤, 비가 한꺼번에 떠올라 혼란한 마음을 더 몽롱하게 만들기도 한다.

박성우의 살림이 더 이 땅과 하나되어 유쾌한 땀방울 가득한 문학으로 거듭나길 기원하고 싶은 시집.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바닥, 전문)

 

댓돌 털신에 개구리가 든 밤이다

 

밤비에 나온 개구리가

덜 깬 겨울잠을 털신에 들어 털고 있는 추운 밤이다

 

겨울비라고 썼다가 봄비라고 썼다가

겨울비를 긋고 봄비를 긋고, 그냥 밤비나 움츠려 긋는 밤이다(밤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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