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일리아스
호메로스 외 지음, 마이클 J. 앤더슨 엮음, 김성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호메로스 찜질방이라고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 왼켠 치우친 곳에 호메로스 호텔 5층에 가면 태평양을 감싸안고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쉴 수 있는 찜질방이 있어 풍광이 멋지다.

워낙 유명하여 방학이면 전국 각지의 젊은 청춘들이 득시글거려서 좀 번잡한 곳이기도 하지만,

파도가 밀려드는 바닷가를 보면서 쉬는 맛이 좋은 곳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서사시'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서정시'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시를 내용상 '서사시, 서정시, 극시'로 나누는 데 나는 반대다.

암송의 시대에 '서사시'가 있었고,

그 후대에 그리스의 '비극'이 시적인 가사로 풍요로움을 누렸으며,

근대에 서정시가 발달하게 된다.

시를 이렇게 분류하는 것은, 마치 세계에는 그리스와 로마와 미국이 있다고 나누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나누면 한국의 시에도 '서사시, 서정시, 극시'가 있어야 할 것처럼 느껴지는 묘한 모순이 생긴다.

형식적으로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로 나누는 것 역시 우습다.

한국에는 '정형시'가 없었다. '시조'가 비교적 정제된 운율을 가지고 있었지만, 변화의 묘가 심했다.

종장 첫구 외에는 2~6자로 변형이 가능한 정형시? 큭, 이다.

한시나 소네트를 읽은 사람이라면 그런 소리 하면 아니 된다.

 

그 유명한 서사시 일리아스를 읽기가 쉽지 않다.

나도 책은 사둔 지 오랜데, 아직이다.

그래서 처음 읽는 일리아스를 읽었다.

 

이 책의 장점.

각 챕터의 앞에 간단한 '줄거리'를 달아 주어서 기나긴 이야기의 어디쯤을 항해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인물'들의 관계에 대하여서 짧게나마 설명을 붙여 주어서 이해를 돕는다.

무엇보다 줄글로 된 일리아스에 비하여 이 책은 도자기에 새겨진 그림들을 통해 도판을 제시하여 이미지화에 도움을 준다.

 

현대에 일리아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플라톤도 일리아스의 표현이 잔인하고 무도하여 가르치지 말자고 하지 않았던가.

 

먼저 드뤼옵스의 목을 찔렀다.

다음으로 데무코스의 무릎을 창으로 쳐서 꺾은 후에 가슴을 내리쳐 목숨을 앗았다.

또 비아스의 두 아들을 창 하나로 꿰어 버렸다.

알라스토르의 아들 트로스가 앞뒤를 헤아리지 못하고 혹 살까하여 아킬레우스의 무릎을 붙들고 목숨을 애걸하고자 했다.

그러나 광포한 아킬레우스는 그의 간을 찔러,

흙먼지 속에 쓰러져 피흘리며 죽어가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는 에게클로스의 정수리를 박살냈으며,

그런 다음 데우칼리온의 팔을 찔렀다.

데우칼리온은 옴짝달싹도 못하고 그저 하릴없이 서 있었고, 아킬레우스가 목을 쳐 머리통을 멀리 내동댕이 쳤다.

그러자 척추에서 골수가 흘러나왔다.

시신이 땅바닥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아킬레우스는 리그모스를 창으로 꿰뚫어 전차에서 떨어뜨렸다.(337)

 

아킬레우스는 그에게 달려들어 배를 가르니 창자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 아스트로파이오스의 시신을 뱀장어와 물고기 떼가 포식하도록 버려두고...(346)

 

뤼카온, 트로이의 목마 등 서양 문학의 자양분이 된 서사시이므로

유럽 여행을 앞두고 반드시 읽어보야야 할 책이기도 하다.

지적으로 줄거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토마스 불핀치의 만화로 된 책을 읽어도 무방하겠다.

 

그러면, 이 서사시를 읽어 도움이 되는 것은 어떤 걸까?

고대인들의 사고 방식 속에 드러나는 '신과 인간'의 결합.

인간의 삶에 무시로 끼어드는 신들의 <보호>와 <벌>의 판단하기 어려움.

인간 있는 곳에 사라지지 않는 '전쟁'에 대한 생각...

'영웅'이 있는 곳에 이름도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병사들'의 존재감...

 

이런 것들을 고대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고대의 유물들과 고대의 역사 역시, 현대인들의 그것 못지않게 소중한 것이었음을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닐는지...

그래서,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간은 발전하는 역사를 가진 존재가 아니다.

그저 인간은 거기 '존재'하는 것일 뿐... 임을 배울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수확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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