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짧은 시간 동안
정호승 지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쓸쓸했다.

이 쓸쓸하다는 말이 삼복염천에 떠 오르는 말이었다니.
그리고 이 쓸쓸함에서 내가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리라 생각이 드니

황당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호승 시인의 "이 짧은 시간 동안"
최근에 산 시집이다.
최근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금장치가 느슨해진 수도꼭지의 일정한 물 떨어짐 소리가 들렸다.
정확하게 똑.똑.똑. 정확하게.
어두운 밤 병실의 떨어지던 링거의 수액이 가져오던 그 적막과도 같은


이 불공평함.
너는 혹은 나는 아프되 평온하고
나는 혹은 너는 아프지 않되 평온하지 않음.

고백하건대 지난 5년동안 단 한편의 시도 쓰지 않고 살아,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며 "시인이 시를 쓰지 않는 삶이 그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낀 반성의 세월이었다고"말했다.
때론 절창이나
쓸쓸했다.
그래서 내 책장에 있던 정호승 시인의 지난 시집들도 모조리 꺼냈다.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었던 때도
절망의 끝으로 걸어 들어 갈 때도
그래.오래전부터
그의 情恨속으로
그의 슬픔으로 가는 길을 함께 걸어 들어 가보곤했지만
나는 늘 내 슬픔의 끝을 찾지 못하고 다시 돌아 오곤 했다.

'문학이 그것을 산출케 한 사회의 정신적인 모습을 가장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다면 시는
그 문학의 가장 예민한 성감대를 이룬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정호승 시인의 詩는 내게
현이 끊기는 듯한 내 성감대를 찾지 못한 채 늘 빙빙도는...아쉬운 그 무엇이 있었다.
그게 시인의 절묘한 기교인지 그게 시인이 극복할 수 없는 한계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밖의 문제를 밖의 시선에서 보았으나 지금은 밖의 문제도 내 가슴을 통과시켜 이해하게 되었다"고 시인은 말하지만
그의 시는 아직 내게 미완의 도치(倒置)일 뿐이다.
다 팽개치고 따라 나서기는 어딘지 석연치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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