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통신 2004 - 8호                                             양운고등학교 3학년 5반


Last Spurt!


서른 여섯 명의 숙녀들에게...

숫자가 하나하나 줄어들고 있다. 두 달 남짓 남은 숫자도 이제 68을 가리키고 있고, 우리 꽃송이들도 서른 여섯 남았을 뿐...

요즘 선생님은 잠을 잘 못 이룬다. 전에 비해 훨씬 피곤해서 누우면 곯아떨어질 것도 같은데 오히려 누우면 이생각 저생각 하다 잠을 설친다. 너희는 나보다 훨씬 더 뒤척이리라.


이제 장거리 달리기가 종반으로 접어든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라스트 스퍼트>이다. 죽을 힘을 다해 뛰어 보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 그 사람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까지 너희 페이스를 유지하며 뛰어왔다면, 이제 전심전력을 다할 때이다. 그런데, 문제는 힘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거다. 장거리 달리기 선수가 힘을 비축하기는 정말 어려우니깐, 이제부터는 의지로 이겨내야 한다.

다음 주면 마지막 평가원 시험이 있다. 지금 많은 친구들이 수시 2학기에 지원해서 마음이 싱숭생숭 할 것으로 느껴진다. 자, 이렇게 하자. 수시 2학기에 지원한 학생들은 지금, 이순간, 싹 잊기 바란다. 너희에게 주어진 목표는 다음 주 평가원 시험이다.


“이제까지 받은 성적 중 가장 좋은 성적만 얻어 오기 바란다.”


이 말은 수능 전날 너희에게 해 주려고 아껴 놓았던 말인데, 두 달 미리 쓰자. 이번 평가원 시험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그리고 수능을 대비한 컨닝페이퍼도 꾸준히 만들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능 치는 날 아침에 요긴하게 쓰일 컨닝페이퍼를 아직도 만들지 않은 친구들은, 마지막 충고이다. 시작해라.

앞으로 부산대, 동아대, 경성대, 동서대 등 부산지역 수시 지원이 남았다. 면담은 오로지 선생님과만 하기 바란다. 친구들과 진로상담한다는 핑계로 노는 것은, 신종 놀이라고 보면 된다. 수험생이 해운대 백사장에서 퍼질러 낭만을 즐길 수 없으니 새로 개발한 것이 ‘진로 고민 놀이’인 셈이다.

앞만보고 달려가라. 고민은 선생님이 나누어 줄 것이다.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 해 온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은 절대로 하지 마라.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화장실 가서 노래라도 부르고, 영어 단어라도 주저리주저리 읊을 일이다. 비관적인 생각은 전혀 너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늘 하던 말,


과거에 대한 죄책감을 버려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버려라.

이젠 선생님 말만 믿어라. 점쟁이 말 믿지 말고.

어느 순간, 손바닥을 벌리면 보석으로 변할 조약돌들을 아직도 주워올 수 있다. 선생님의 말을 의심하지 말고 조약돌을 주워오기 바란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며 몸을 유연하게 만들기 바란다.

불안해지거나, 걱정이 되면, 조용히 눈을 감고, 웃어라.


숨을 들이쉬고(In), 내쉬고(Out)

깊게(Deep), 천천히(Slow)

조용히(Calm), 편안하게(Ease)

웃으면서(Smile), 놓아버리렴(Release)

지금 이순간(Present moment), 위대한 순간(Wonderful moment)


이 주문을 외우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연습이 수능시험 치는 날 약발이 받을 것이다. 수능은 너희만 치르는 것이 아니다. 너희 선배들도, 어머니 아버지들도, 선생님도 다 쳐 온 것이다. 그리고 옆집의 멍청해 보이는 오빠도 치를 수 있었던 ‘별거 아닌’ 시험에 지나지 않는다. 그건 월드컵도 아니고, 올림픽도 아니다. 이적지 쳐 오던 모의고사같은 것일 뿐이니까, 너무 긴장할 거 없다.

난 늘 불안할 때면, 나보다 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저 사람도 해 냈는데 내가 못 할 이유가 없지. 정말 건방진 생각이지만, 효험은 상상 외로 크다. 그리고 나쁜 결과가 떠오를 때면, 무시한다.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뭘. 나쁜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내 인생이 꽝이 되는 건 아니잖아.

이렇게 편안하게 생각하면 불안감도 줄어들고, 집중력도 키울 수 있다.

단 한번의 시험으로 너희를 평가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너희의 지적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적절한 대학에 진학해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번에 지영이와 세령이가 한 날 같이 합격의 기쁨을 나누었을 때처럼, 너희 모두에게 합격의 기쁨이 돌아갈 것이다.

이제 감기 조심하기 바라고, 감정 조절 잘 하기 바란다.

아파서 손해보고, 속상해서 손해보는 일은 2학기 내내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 자리가 앉은 지 오래 되었으니, 마지막으로 한 번 바꾸자. 날짜는 월요일 아침.

너희 모두 활짝 웃게될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자.


찬 바람이 부는 가을에, 담임선생님이 쓴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


2학기 일정 안내

9/16 평가원 시험, 9/22 듣기평가, 9/30-10/4 기말고사, 10/13 서울교육청 모의고사

10/20 듣기평가, 10/22 모의고사, 11/2 모의고사, 11/9 모의고사, 11/17 대학수학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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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벌식자판 2004-09-13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들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이겠지요. ^^;
올 한해 좋은 결과가 있으셨으면 합니다.

심상이최고야 2004-09-13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학년 아이들에게는 이런 편지를 쓰는군요!! 1학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선생님의 힘찬 기운이 아이들에게 전해져서 좋은 일들이 있을것 같습니다^^

글샘 2004-09-1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 자판님/ 아, 저긴 옛 부산엠비씨 사옥인데... 부산대교에서 찍은 사진 아닌가요? 아이들이 힘들어하는데 도와줄 길 없어 써 보는 편지랍니다. 이런 글을 나눠주면, 조금은 힘을 내거든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심상이 최고야님/ 선생님이 힘차야 되는데, 사실 요즘은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습니다. 수시 2학기 상담에... 수능원서 접수하고... 그렇지만, 선생님이 힘차야 학생들도 즐거운 건 만고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행복해야 학생들이 행복하다...^^

세벌식자판 2004-09-1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부산에서 생활하시나봐요...
영도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인데... ^^;

그나저나 교육정책이 쉴틈 없이 바뀌어서 큰일입니다.
무슨 입시 정책이 이렇게 자주 바뀌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