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아는 김제동

사랑의 정의는 참으로 많다.
그러나 김제동만큼 적절한 표현을 찾아 나타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김제동은 사랑을 안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을 아는 사람이 아니고는 그렇게 절절한 사랑의 표현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어록의 대부분은 사랑에 관한 것이다.

사랑이란 무언가?
남녀간의 사랑만 사랑인가?
사랑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원천적인 모습은 어떤 것인가?
역사 이래로 인간의 공감을 극적으로 끌어낸 수없는 명작들 중에서 우리는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 러브스토리 - ‘사랑은 결코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 빙점 - ‘사랑은 모든 것을 용서 하는 것이다.’
아예 성경을 인용하자.
- 고린도 전서 13장 -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 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보라.
사랑의 모습이다.
사랑은 나눔과 베품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완성이다.
사랑은 가진 것을 나눌 줄 알고 베푸는 법을 알면 거기서 얻어지는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도 같다.
김제동 인용하는 사랑에 대한 명언 명귀들의 공통점은 다 이에 기초한 것들이다.
그러니 공감할 수밖에..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김제동의 말에 공감하고 감동을 먹을 수 있다는 이유는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행함에 있어 자신의 욕구와 항상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갈등은 거기서 일어나고 슬픔과 불행의 씨앗도 거기서 출발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정녕 사랑한다면 제 욕심의 10%만 챙기고 90%를 주라.’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착각을 하고 있다.
사랑한다고 하면서 제 욕구만 챙기고 있는 것이다.

사랑을 하려면 ‘뭘 가진 게 있어야 나누어 주지.......’ 라고 생각하는가?
가진 자가 더 나누고 베풀 줄 안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나라 거지들 중에서 압구정동 거기가 가장 가난하단다.
가진 자들은 움켜 쥘 줄만 알았지 아무도 나누지 않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 없는 자들이 오히려 조금씩이나마 쪼개어 같이 쓸 줄 안다.

김제동은 원천적으로 가난을 겪었고 많은 식구들 틈에서 같이 부대끼며 사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그래서 잘 나눈다.
나누고 나서 그 나눔의 결과를 같이 즐기는 여유까지 있다.

마지막으로 김제동의 멘트 하나.......
‘다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경상도 남자가 가장 하기 힘든 말로 오늘 마무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인생을 아는 김제동

김제동은 솔직 담백 겸손하다.
김제동에게서는 천재라거나 미남이라거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건장함은 없다.
그에게서는 언제나 편안함만이 묻어난다.
‘뚝배기 장맛’
그렇다.
그건 된장 맛이다.
그의 사투리도. 그의 말투도, 그의 미소도, 그의 어눌한 액션도 다 된장 맛이다.

그의 편안함에는 평범한 ‘대중으로서의 나’와 다르지 않은 모습들이 있다.
1남5녀 중 막내인 그는 생후 100일이 채 되기도 전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누나들 손에 자라면서 고등학교 시절 공사장 막일과 룸살롱 웨이터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그는 “돈을 많이 벌면 트럭을 동원해 꼭 집 앞 시장에서 할머니들께서 파시는 나물을 싹쓸이해 사고 싶었다”고 고백할 만큼 고생을 해봤다.
10여 년간 가슴에 별처럼 간직하고 있는 열병 같은 사랑도 겪어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주 솔직 담백하다.
그 어려운 삶의 질곡을 거쳤으면서도 그것을 나타내는데 한번도 주저함이 없었다.
다음 글은 김제동도 보았으면 좋겠다.
그가 이렇게 살아온 게 아닌가 한다.

“벽에 부딪치면 발밑을 쳐다보세요.
신은 잡초나 벌레로 모습을 바꾸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르쳐 줍니다.
발밑을 쳐다보면서 신이 가르쳐 준 길로 걸어가세요.
왜 나에게는 따뜻한 햇살이 비추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밝은 햇살이 비추는 곳으로 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휩싸일 때는 발밑을 쳐다보세요.
햇살이 비추지 않는 어두운 콘크리트 틈새에서도, 기를 쓰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 한줄기 잡초가 보이지 않으세요?
또한 어두컴컴한 그늘 속에서도 묵묵히 기어가고 있는 작은 벌레가 보이지 않으세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에 부딪치면 발밑을 쳐다보세요.
신은 틀림없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제시해 줄 것입니다.“

때로는 벌레처럼, 때로는 잡초처럼 살아오다가, 마침내 그는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 小眼者平天下(소안자평천하) 작은 눈을 가진 자가 천하를 평정하리라.-
- 꿈을 꽉 붙들어라. 스스로 의심하여 그 꿈이 사라지게 하지 말라.-

김제동의 인간미를 알 수 있게 한 그의 일기를 인용한다.
“몇일 전 대구 내려갔다가, 친구 결혼식 피로연에 갔다가 그 술집에서 저에게 술에 약간 취해서 ,제가 중요한 통화를 하고 있을 때 막무가내로 잡아당긴 분에게 약간의 화를 낸 것이 오늘 갑자기 좀 맘에 걸립니다.
혹시 제가 처음 가졌던 마음보다 요즘 저도 모르게 연예인이 돼 가는 건 아닌지, 아니면 이제 조금 건방이 드는 건지....
그러지 않도록 처음 출발하고 , 노력하고, 어떤 경우에서도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여러분이 절 도와 주셨으면 합니다.
한 사람 , 한 사람 모두에게 다 잘 할 순 없을지라도 , 무대위에 서서 이야기 할 때 절 바라봐 주셨던 많은 분들의 눈동자를 잊지 않고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방송에 나오는 유명한 연예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받았던 소중한 생각과 웃음과 고마움들을 방송을 통해서 좀 더 많은 분들에게 돌려드리고자 했던 , 그리고 제일 가까운데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했던,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말아야 할 제가 가진 소중한 신념들이 깨지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진정 감사함을 놓치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휴머니스트였던 것이다.

- 고통은 인간의 위대한 교사다.
인간의 영혼은 고통의 숨결 속에서 발육된다...
견디기 힘든 고통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반대말입니다. - 에셀 바하 -


▶철학을 아는 김제동

그의 웃음 뒤에 감추어진 철학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웃음이 웃음으로 그치지 않고 그의 어록이 널리 회자 되는 걸 보아도 알 수 있다.
철학의 깊이도 적지 않다.
탄탄하다. - 다른 표현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초가 잘 마련된 철학이다.
도대체 어찌 이 젊은 사람의 철학이 어찌 이리 단단할 수 있을까?

똑같은 이유로 그의 삶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항상 행복한 사람들은 항상 즐거운 기억만 있을 것인가?
그들에게도 슬프고 힘든 추억이 있다.
예를 들어 자가용을 못 타서 100m를 걸어간 것만 해도 엄청난 고통이었다는 식이다.
불행이라고 느끼는 일의 깊이가 달라 진정한 의미의 인생은...절대로 알 수 없다.
배고픔의 고통을 아느냐고...
누군가 밥 굶어 봤다고 떠들지만 아무에게나 철학으로 재생산되는 건 아니다.
진정 밥을 굶는다는 일의 고통은 오늘 저녁을 굶으면서 내일 아침 때꺼리가 없고 점심도 저녁도 해결할 일이 막막하다는 절박감이 더해 올 때다.
철학은 이럴 때 생겨난다.
항상 단 맛 나는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쌀알 한 톨을 씹을 때의 달콤함을 모른다.
절실하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 것이 이 세상의 아름다움들이다.

고난과 갈증을 겪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결코 겪은 일을 잊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양식의 변화야 여러 가지겠지만 ‘고난을 잊지 않고 있음’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새로운 재생산물을 우리는 창조로 보아야 한다.
김제동의 창조력의 바탕에는 그가 겪은 우리 서민들의 경험들이 다분히 깔려있다.
그래서 김제동은 아는 것이 많다.
자신을 극단적으로 떨어뜨리고, 낮추고, 슬픈 경험을 자연스럽게 토로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 바탕은 그의 철학적 이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최민수가 말했다지. 김제동에게...
“너는 동양의 탈무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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