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올 에이지 클래식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으로 봤을 법한 빨간 머리 앤.
어릴 때 우리집엔 책이 없었기때문에(아, 한 권 있었다. 박정희 전기, 아마 아버지가 예비군 훈련 가서 얻어온 듯)
이런 책을 읽을 순 없었는데,
이번에 보물창고에서 나온 판으로 읽게 되었다. 

19세기 낭만적 성장물은 대략 비슷하다.
캔디라든가, 소공녀라든가, 성장 과정이 비슷한 것인데,
불우한 어린 시절(대부분 고아원 출신)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은인, 그렇지만 빠짐없이 겪게 되는 고난과 성공 이야기. 

어른의 시각에서 본 빨간 머리 앤은 좀 달랐다. 

앤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릴라와 매튜는 처음엔 남자 아이의 노동력을 필요로 했지만,
그래서 앤의 엉뚱한 상상력이 빚어내는 사건 사고들에 혀를 내둘렀지만,
사랑으로 앤을 품어 주게 된다. 

앤은 아무리 불행한 현실에 마주쳐도, 즐거운 상상을 하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와 다르게 상상함으로써, 유쾌하게 세계와 맞짱뜨는 것인데,
작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감정을 생활 속에서 달콤하게 녹이는 것이 삶의 긍정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소녀인 셈이다. 

지금 세상도 그 때의 가난이나 고아의 문제와 무늬만 다를 뿐, 마찬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부모가 있어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대자연과 유리되어 있으며,
물질 문명의 페티시즘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력 대신에 물신화된 애니메이션 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성공은 곧 유사 캐릭터 상품의 성공과 직결되는 상업성에 다름아니기 때문인데, 
일본인들의 다양한 캐릭터의 양산(포켓몬스터의 수백 종류는 가공할 만 하다.)으로
끝없은 소유욕을 꼬맹이 코묻은 돈부터 훑어대는 현실에 마주하게 한다. 

만약에 나에게 열살 안팎의 딸이 있다면,
매일 시간을 쪼개어 빨간 머리 앤을 나직이 읽어 주고 싶다.
아마 그 딸은 그 시간을 무척 기다릴지도 모른다.
스스로 책을 읽으려 애를 쓸지도 모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