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 동심원 21
하청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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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시집을 읽노라니,
어린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동시를 처음 접하던 생각이 든다.
어떤 장면을 만나면 예전에 마치 똑같은 상황을 겪었던 것처럼 데자부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내겐 이 시집의 시들이 30여년 전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색깔이나,
특정한 상황이 그런 마음을 들게했는지 모르겠지만,
새싹이라든지, 풀꽃들에 대한 이야기가 예전 교과서적 감상을 환기했는지도 모르겠다. 

빗방울이 떨어지네 

떨어진 자국마다
송이
송이 

비꽃이
비꽃이 피어나네.(비꽃 부분) 

이렇게 빗방울이 흙바닥에 툭툭 터지듯 꽃피우는 꽃비, 비꽃을 내리기도 하고, 

초록 꽃을
보셨나요 

어디, 어디에
초록 꽃이 있나요 

눈에 보여도
너무 많아
보이지 않는
초록 꽃 

저기, 저기
수만의  
초록 꽃이 피었네요 

꽃처럼 예쁜
오월 나무의 새잎 

초록
초록 꽃들.(초록 꽃을 보셨나요, 전문) 

이처럼 새싹들을 꽃처럼 바라보는 시선도 싱그럽기 그지없다. 

'다슬기 잡기'처럼 환경과 하나되어 살아가던 삶의 모습도 오롯이 떠오르고,
에움길(에돌아 가는 길), 산돌림(비구름이 몰려다니던 소낙비) 같은 말도 정겹기만 하다. 

가을날 꽃씨는
이 모든 것을 불러들이고
빗장을 꼭 닫았다. 

까만 꽃씨 하나.(모두 들어오너라, 부분)

자연을 바라보기만 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세상이. 

이 시집은 외갓집도, 외할머니의 옥수수 찐 냄새도 기억 속에 없는 아이들에게
외가가, 외할머니가 되어주려는 노력이 가득한 시들로 빛난다.
그렇지만... 과연 아이들이 무얼 떠올릴지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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