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인간의 맛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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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어떤 교수가 수업 시간에 밤과 낮은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더니 학생들 의견은 분분...
교수 왈, 옆자리 사람을 돌아보라. 옆자리 사람을 보고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으면 낮이고,
그 사람에게 아무 생각이 없거나 짜증이 생기면 그건 밤이다... 이런 해석을 했다는... 

이 이야긴, 아마 이런 상황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어디서 재밌는 이야길 들었는데, 옆사람한테 키킥거리면서 말해줄 수 있으면 낮이고 아니면 밤.
아마존 강을 누가 발견했는지 알아? 글쎄... 아마.... 존?...  

모든 기쁨은 인간에게서 오고 그 반대도 역시 인간에게서 나온다.
중용은 <중간만 가라> <한쪽으로 치우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뜻으로 쓰면 안 된다.
워낙 험악한 현대사를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중용은 정말 살아남기 위해서 걸어야했던 중도로 읽혔을지도 모를 일이다만. 

왜 지금 중용인가?
정말 치우친 정부가 하늘의 뜻도 무시한 채,
자기의 모태인 강을 파헤치고, 국가의 모체인 국민을 불태워죽이고 물에빠져 죽이고 영웅만드는 현실에 비분하여 쓴 것일까?
아무튼 EBS 도올 강의가 중도하차할 뻔 하다가 10.26 돌 선생의 1인 시위와 나꼼수 이후에
갑자기 다시 슬며시 안방에 착종하였다는 희대의 코미디가 연출되기도 했던 바,
이전의 '노자 강의' 책을 재미없이 보았던 나로서는 '중용' 역시 글쎄 하고 봤는데,
아니다, 이 책은 쉽고 재미있다.(물론 돌 선생 특유의 현학은 감춰지지 않는다. 말 좀 알아듣게 쓰면 안 되나? 온갖 언어가 마구 뒤죽박죽되어 쓰여 있어서 나도 못알아 먹는 단어가 많다. 국어선생도 모르는 외래어들이라니... 그치만, 그런 말들은 캐무시하고 넘어가도 글의 요지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한문을 풀어가는 강의도 아니다.
중용에서 가장 중시하는 '어휘'가 무엇인지,
그 어휘들은 동양 사상, 공자의 사상에서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잘 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용 전체에서 포인트가 될 점들에 대하여 강조하는 강의라서 마음에 들었다.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이 첫머리부터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책이 중용인데,
도올의 중용에서 '성'과 '교' 가운데 놓인 '도'를 비로소 찾게 되었다. 

도란 것은 잠시도 떨어지면 안 되는 것이어서, 신독(홀로있어도 삼감)할 정도로 조고각하 해야 할 노릇임으로 중용은 시작한다. 

중은 천하의 근본이고 '和'는 도달해야할 지점이다.
시중, 군자의 중용이란다. 때에 맞게 운용하는 것. 선분의 중점이 아니라, 연속선 상의 미분계수랄까?
소인의 중용은 무기탄이란다. 꺼리는 것 없이 지껄이는 것.
중용이 오래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맛을 아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다. 

그런데 중용은 비겁한 등신이 아니다.
백인가도... 시퍼런 칼날에서 춤출 수도 있을 정도의 '誠'이 중용의 요체인데,
천하지성... 천하 최고의 '성'을 강조하는 책이 중용이다. 

인간은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제 살아 움직이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
그 다음엔 '치곡'이랬다. 기차치곡.
소소한 사물에까지 정성을 다하는 세심함. 
아무래도 공자는 '소음인'이면서 A형이었던 모양이다. ㅎㅎ 

지성무식... 그 성실함을 쉬지 않고 하는 일.
그러면서도 무성무취, 지의한 '성'
소리도 나지 않고 냄새도 없지만, 지극하도다~ 중용의 도리여...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마지막에 한글 중용을 정리해서 덧붙여 둔 것이다.
틈날 때마다 읽어볼 염을 내게 하는 것은 오직 이 마지막 부분의 힘이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이 1장을 읽다가 '에잇, 뭐 이렇게 잘난 척만 하고 있어?'이렇게 덮어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팔린 책들의 절반 이상은 1장에서 에잇, 이러고 덮일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어차피 한번 읽는다고 줄거리가 좌르륵 일렬종대로 정렬할 책은 아니다.
중용의 덕을 공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왜 이 책이 4서 안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알고 이해해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전, 특히 한문의 맛은 천천히 마음에 드는 구절을 수첩에 적어 두고,
느긋하게 음미하는,
언어를 뛰어넘는 의미장의 힘을 느끼는 경험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조급하게 읽지 말고, 느긋하게 감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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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1-12-0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서 못 다는 읽더라고 한 권쯤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 책이에요.

글샘 2011-12-02 11:27   좋아요 0 | URL
1장만 좀 넘어가면 어렵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해석을 해나가면서 읽으면 되죠. 꼭 읽어 보세요. 꽂아두고 바라만 보지 마시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