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와 함께 걷다 - 평화의 눈길로 돌아본 한국 현대사
한홍구 지음 / 검둥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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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가 가진 매력은 '지나간 역사'에 대한 깨우침이라면,
한홍구와 함께한 답사기의 매력은 '지금 역사'에 대한 아픈 깨달음이다. 

깨우침은 지도자가 수련생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라면,
깨달음은 발걸음을 통하여 스스로 알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꼭 오랜 세월이 묵은 탑이나 전각만이 유물은 아니다.
생활 곳곳에서 사람들이 살다 남긴 기름때가 묻어나기 때문인데,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를 돌아볼 때,
서울 시내 구석구석은 조선 시대, 일제 강점기, 독재 개발 시대의 흔적으로 가득한 이야기 보따리이기도 하다. 

전쟁을 몰아내도 답답할 판에 서울 한복판에 지어 놓은 '전쟁 기념관'의 의미,
역시 마찬가지 갑갑한 것 투성이인 '국립 현충원'의 속사정.
나눔의 집에서 열리지 않는 마음을 눈물로 승화시킨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 

그리고 강화도, 명동성당, 인천 등에서 느끼게 되는
전쟁과 시절의 곤핍함이 발걸음 사이에서 짙게 느껴진다. 

최근의 이야기가 담긴 '광장'은 더욱 어두웠다.
수백만의 촛불로 화안했던 그 광장에 깔린 어둠만큼이나 새벽은 기다려지는 것이지만,
광화문 광장이 생기기 전에 나온 이 책에서 역시 현대의 좌절이 담긴 광장 이야기는 조금만 나온다. 

역사는 '있는 것을 그대로' 적기만 할 수 없는 것이다.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서 어떤 것을 '중요한 사실'로 가치매김할 것인지에 따라 정반대의 역사책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요즘 조중동 뉴스들은 하나의 역사를 이루는 듯 하다.
소설도 아닌 것이 참도 아닌 것이,
조금의 사실에 엄청난 바람을 담은 그것을 과연 '날조된 역사'라고나 해야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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