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힘
성석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성석제의 이 소설은 마뜩잖다. 

문체 자체가 지나치게 의고투를 고수하고 있다.
조선 양반 가문의 <허례허식>의 <예절>에 대하여 무쟈게 강조하고 있는 것인 바,
나처럼 전혀 양반의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이 읽으면 그들의 <젠체>가 아니꼽고 눈꼴시다. 

그들이 지키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분명, 재산보다 더 높고 큰 무엇이 있었을 것이다. 

주인공 조동구가 돈키호테 식 출장을 간 것에 대하여,
<끝까지 변함없이 그걸 지킨 것, 옳다 그르다를 넘어 신념을 지킨 것,
그것이 사람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지극히 보수적인 해석에 대하여,
과연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인지... 나는 생각이 많다. 

조선의 양반식 전통을 굳이 꿋꿋하게 지키는 것이 <보수>의 할 일이라면,
그쪽 출신이 아닌 가정들에 대하여는 <몰상식>의 잣대가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핏줄 속 깊이 침전된 가풍에 대하여, 시대착오적 판단으로 신념을 밀고 가는 <갓쓰고 상소 올리는 양반>들의 모습에서,
여자는 정말 <소나 기르는> 존재로 취급하여 <호주제>를 지켜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 고집스런 신념을 나는 읽기 때문이다. 

성석제의 재치, 입담, 만담, 사회에 대한 냉소를 나는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런 놀라운(?) 소설 앞에서 나는 아연실색, 깜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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