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고기잡이 한국대표시인 시선 2
김명인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명인의 시집이 여덟 권인가 있는데, 그 중에서 몇 편씩을 골라 모은 것이다.
그래서 총 3부로 이뤄진 시들은 흐름에 따라 차이가 크다. 

그가 동두천에서 살던 시절,
동두천이란 외인 부대가 중심인 도시와
머나먼 스와니 강을 바라보는 시늉을 하며 살던 심사가 답답한 어휘들에 뒤섞여 나타난다. 

우두커니, 부질없는, 축축한, 서성대던, 문득, 막막하다, 웅크렸는지, 외로운, 태어나서 죄가된 고아들
남아있어도 곧 지워졌을 그 어둠 속의 손 흔듦... 

이런 손 어두운 시어들을 배경으로 손 흔듦을 뒤로하고 그는 나이를 먹어 간다. 

뿌리없는, 뜨내기...
이런 <유랑의 심사>는 그의 시의 한 축이다. 

죄를 짓는데 우리의 인생은 너무 길다.
죄를 변상하는데 우리의 인생은 너무 짧다. 

찌든 엽록의 세상 너덜토록이 풍화시킨 쉰 살...  

질척거리는 삶. 

세상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 끝 아득한 그리움. 

마치 꿈을 꾸는 듯, 몽유, 환생의 심상이 가득하다. 

텅빈 골목 벗어나서
나, 다시 어떤 몽유로 나아갈까... 

그의 사고는 불교적이기도 하고 허무주의적이기도 하다. 

없는 산은 남겨두고 돌아가라
없는 절도 버리고 돌아가라 

누구나 바닷물이 소금으로 떠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의 소금을 바라보는 눈은 매섭고, 짜지만, 그 마음은 시리다. 

살아있음이란 결코 지울 수 없는 파동, 그 숱한 멀미 

가득 실었다 해도
모든 만선은 쓸쓸하다. 마침내 비워내고선
무얼 싣기도 버거운 거기 조각달처럼 (아버지의 고기잡이) 

절정을 모르는 꽃 시듦도 없다
우리 불행은 피기도 전에 시드는 꽃나무를
너무 많이 알고 있는 탓 아닐까 

그의 시들은 마치 꿈속에서
내가 삶인지, 꿈을 꾸는 건지를 혼동하는 장자처럼
모호한 경계에서 중얼거리는 말이 울리는 울림처럼 읽힌다. 

그래서 그의 시는 외롭지만, 외롭지만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