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관 약전(略傳)
성석제 지음 / 강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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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번 소설집에서는 어떤 '인간형'이랄까, '인간상'이랄까 이런 것들을 탐구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성석제가 제시하는 인간들이
일반적으로 흔한 인간의 모습은 아니다.
조동관처럼 날라리 깡패의 모습이 담겨있는 소설을 읽노라면,
뭐, 이건 평범한 일반인이랑 완전 다른 인간상이잖아? 이렇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전엔 백수 건달을 일컫던 '날라리'란 말이,
요즘엔 멀쩡한 생활인에게 와서 들러붙는다. 
날라리가 <너희> 루저들에게 붙이던 이름이던 것이,
요즘엔 <우리> 반성하는 사회인에게 명명되기도 하는 것. 

그렇게 본다면, 소설에 등장하는 특정한 인간상도 돌려 생각하면,
바로 <나> 또는 <우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경두, 오 불쌍한 아빠, 이인실의 주인공들 역시,
특정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지만,
누구나 놓일 수 있는 인간적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놓인 그 자리가,
내일 <내>가 설 자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세상 만사 쉽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학교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세상이 떠들면서,
우리 학교도 초빙 교장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다.
인격적으로는 부드러우신데 이 교장님이 또 고집이 있으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사람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실 수준까지는 철학이 없으시다.
첫 해부터 성과에 연연하다가 일 잘하는 교감님을 모시고 왔다.
새로 오신 교감님도 전임교에서 일 열심히 하셨다고 소문나신 분이다.
그런데 그 교감님 역시 사람들을 스스로 움직이고 주체적으로 서도록 하실지는 글쎄 지켜봐야겠다. 

나이가 든다는 일은 무섭다.
전에는 교장, 교감이 부족하면 뭐 저래? 저거밖에 못해? 이러고 투덜대며 술마시면 잊고 그랬지만,
나이가 들면, 과연 내가 하면 저것보다 못하는 것 아닐까? 철학이 없다고 투덜댄 나는 과연 철학이 있나?
이런 반성이 앞서는 것이다. 

세태소설처럼 묶인 '통속'은 모두가 '한 통속'인 이 '통속적' 사회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오죽하면 아가씨의 10% 이상이 유흥업소 종사원이라고 할 정도로
이 사회의 밤문화는 이상하다.
낮에는 학교 주변에서 봉고차가 학생들을 실어나르지만,
밤에는 유흥가 주변에 봉고차가 아가씨들을 실어나른다.
부킹이란 위험한 문화가 성업중인 모양이고,
지하철과 아주 가까운 곳에 수두룩한 모텔촌은 과연 날로 화려해가는 이유가 뭔지 알만하다.
지극히 속물적이고 통속적인 나라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은,
과연 '이기심'외의 무엇을 가지고 사는지... 인간의 얄팍함이 스스럽다. 

[고수]는 바둑 세계를 통해 삶의 비의를 보여준다.
삶의 비밀은, 쉿, 있을 때 잘해! 이거란다. ㅎㅎ
[유랑]에서는 비극적인 인생의 단면을 읽어 준다.
인간이 놓인 자리에 따라 인생은 조각된다. 그 자리가 운명이다. 좀 슬프고 아리다. 

[철갑]은 좀 유치한 연애담을,
[쌍곡선]은 조금 더 멜랑꼴리한 애정담을 쌉쌀하게 맛볼 수 있다. 

성석제 소설집은 참 서로 다르다.
한 사람이 쓴 소설이라 보기엔 서로 낯설다.
그렇지만, 성석제가 바라보는 정면에 놓인 두 글자라면, 인, 간, 일게다.
사람과 사람 사이,  
거기에 섬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人間'이다. 

남들의 이야기를 지겹게 읽으면 부메랑이 돌아온다.
나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인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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