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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
성석제 지음 / 강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거기, 한 동네가 있었고,
그 동네엔 부자네 집이 있었고,
그보다 훨씬 많은 가난한 집이 있었고,
깡다구란 별명의 학력인정학교장이 있었다.
부자네 집의 손자, 원두는 큰 악감정없이 여러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되지만, 결국 쉽게 해결이 된다.
그러나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원두와 얽힌 사건들에서 치명적인 상처들을 입게 된다.
이 소설집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나른한 삶을
시골 마을에서 일어날 법한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영화 <아름답던 시절>의 롱-샷만큼이나 객관적인 서술로 풀어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했던 시절,
사람들의 힘든 삶을 묘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심지어는 재미까지도 있다.
성석제의 말빨이 어디 가겠는가.
그런데, 난 이 소설집을 재미있게 킬킬거리면서 읽는 도중에,
계속 마음 속으로 큰 금을 하나 긋고 읽을 수밖에 없음을 느낀다.
가진 자들의 세계와 못가진 자듯의 세계는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일 수 없음을...
계급이 얼마나 큰 신분이 되는가를...
바보 진용이는 바보여서가 아니라
바로 가난한 맨 꼭대기 집에서 태어났기때문에 천대받고 있는 것임을...
진용이가 말을 똑바로 하게 되었어도 그는 대접받지 못하게 되는 게 세상임을... 읽게 된다.
결국 표제 아름다운 날들...은 결코 아름다운 날들이기만 할 수는 없었다.
하~, 삶이란 게 죽음과 종이 한 장 차이인만큼,
또 아름답다면 아름다울 수도 있을 노릇이지만 말이다.
시점,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이 소설을 진용이의 시점에서 재서술한다면,
원두네 집을 중심에 두지 않고 맨 꼭대기 집에다 중심을 둔다면,
그 색깔이 얼마나 반전되어 나올지를 생각해 보다가, 끔찍해서 금세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