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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명화 속 문학을 말하다
김은희 지음 / 이담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소비에트 연방은 내가 대학 시절만 해도 금지된 나라였다.
오죽하면 '먼 나라 이웃 나라'에도 동유럽과 소비에트는 제외될 정도였다.
세계사 속에서도 러시아 혁명 이전까지만 있던 나라.
유럽 중심의 예술 이야기책은 많이 보았지만,
이진숙의 '러시아 미술사'를 읽은 일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책은 이진숙에 비하면 필력도 떨어져 보이지기는 하지만,
러시아의 그림들과 문학을 엮어 두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러시아 미술사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보았던 크람스코이의 '미지의 여인'이 표지화로 등장하셨다.
이쯤 보면, 내 눈도 제법인가? ㅎㅎ
레핀의 '볼가강의 인부들'에 얹힌 네크라소프의 시도 멋지다.
볼가에 가 보라. 위대한 러시아의 강 위로
누구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지는지.
이 신음소리를 우리는 노래라고 부른다.
인부들이 예인망을 끌고 가는 것을...
볼가! 볼가! 물이 넘치는 봄에
우리의 대지가 위대한 민중의 슬픔으로 넘치는 것처럼
당신은 들판들을 그렇게까지 넘치도록 물을 주지는 앟을 테지.
인민이 있는 곳에 신음소리가... 아, 심장을 에는 신음 소리가..(네크라소프, 화려한 정문 앞에서의 단상들)
그리고 야로센코의 '어디나 삶'이란 인상적인 작품도 기억난다.
창살 안의 인물들은 어디론가 먼 길을 기차로 가고 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수용소로라도 가는 기차 같다.
그 제목이 '어디나 삶'이라니...
반대편의 고독한 남자도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 그림의 제목에서 vsudu를 '어디나'보다는 '어디로 가나'라는 뉘앙스로 보면 다른 맛이 있단다.
어디로 가나 삶은 놓인 것.
유형지로 가든, 민족의 재배치로 인한 이동이든,
어떤 삶이든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이 책에서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의 원본을 만난다.
이 곡은 러시아 시인 보즈네센스키가 가사를 붙이고
러시아의 국민 가수 알라 푸가초바가 부른 노래이다.
옛날에 한 화가가 살았네
작은 집 한 채와 그림들이 전부였네
그러나 그는 여배우를 사랑했네
그녀는 꽃을 사랑했네
화가는 집을 팔았네
모든 그림을 팔고 동전 한 푼도 남기지 않았네
그리고 전 재산으로 샀네
꽃의 바다를
백만송이 백만송이 선홍빛 장미 백만송이
창문으로 창문으로 창문으로 당신은 보게 되겠지
사랑하는 이는 사랑하는 이는 진정 사랑하는 이는
자신의 삶을 꽃으로 화했네
아침에 당신이 창문가에 서게 되면
어쩌면 당신은 정신이 아찔해질지도 모르지
마치 계속 꿈을 꾸는 듯
광장은 꽃으로 가득했네
마음이 서늘해지며
얼마나 갑부이기에
여기에다가
창문 아래엔 겨우 숨을 내쉬며
가난한 화가가 서 있네
만남은 짧았네
밤에 기차가 그녀를 데려가 버렸네
그너나 그녀의 삶에는 있었네
꿈같은 장미의 노래가
화가는 혼자서 살아갔네
수많은 어려움을 견뎌냈네
그러나 그의 인생에는 있었네
꽃으로 가득한 광장이
이 내용은 원래 보즈네센스키가 러시아 작가 파우스톱스키의 단편집 '꼴히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꼴히다'는 서부 그루지야를 일컫는 말인데, 그 주인공 중 하나가 그루지야 화가 피로스마니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도 한다.
아, 아름답지 않은가.
인도 사람들 넉살좋단 이야기 많지만,
러시아 사람들 넉살 또한 인도 사람 뺨칠 넉살이다.
어쩜 그렇게 수다스럽게 조곤조곤 쫄깃거리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는지 말이다.
문화의 힘은 이렇게 다양한 분야가 서로 통하는 일에서 살찌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