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1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복날을 영어로 'dog's day'라고 한단다. 伏자에도 사람인과 개견자가 들어 있고, 복날 수난을 당하는 견공들을 생각하면, 우연의 일치 치고는 희한하다 할 수 있다.

겨울의 대표별 시리우스(큰개자리)는 우리 이름으로 천랑성이라고도 한다(영어로는 dog star). 큰개자리가 겨울을 대표하는 별자리인데, 한여름에는 태양과 함께 별이 떠오르게 된단다. 이 별을 보고 그 해의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는... 그래서 개의 날이라고 했다는 이야기.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개의 별의 날이겠지.

복날 저녁에 시리우스를 떠올리는 기분은 조금 묘하다고 할 수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처음 접할 때는 뭐 이런 황당한 소설이 다 있나 하고 생각했지만, 몇 챕터 넘어가자 롤링의 상상력에 반하고 말았다. 머글과 포트키, 그리고 스퀴치 게임은 정말 대단한 작가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7부작은 좀 무리인 것 같다. 5권에서 벌써 이렇게 헐떡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다섯 권으로 낸 출판사는 정말 얄미웠다. 영문판을 보면 작은 글자로도 충분히 한 권으로 낼 수 있는 책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3권까지는 솔직히 지겨워서 돌아가실 뻔 했다. 그래더 5권까지 사 놨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몇 달 만에 읽었다. 4,5권은 후루룩 읽을 수 있었지만, 잔인하고 너무 평면적인(결말이 뻔한, 반전이 없는) 이야기들이 지루한 느낌이었다. 다 읽고 나니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과 조앤롤링도 돈 많이 벌었으니, 유리 가면의 작가처럼 그만 절필하시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포터의 탄생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성공한 것 아닐까. 9와 3/4 승강장이라든지, 해그리드가 다루는 다양한 동물들, 덤블도어와 말포이, 볼드모트로 이루어지는 갈등 구조와 론과 헤르미온느라는 친구들의 우정까지는 거의 완벽한 구도였지만, 이제 청소년이 된 해리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기엔 7부작은 너무 길다. 영화도 3편에 들어서면서 재미가 뚝 떨어졌다는 평과 함께, 역시 울궈먹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도 있다고 본다. 물론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 했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저속한 말들을 남발한 경향이 짙고, 1,2권의 번역이 재미를 반감시킨 거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든다. 원본 읽기를 시도하다가 말았지만, 롤링의 '상상력 결핍(want)'과 역자의 '빨리 번역할 필요(want)'가 빚어낸 불협화음이라고 강하게 의심한다.

해리포터 6편을 사는 것에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한 권으로 애장본을 펴낸다면 또 몰라도 이번처럼 여섯 권으로 찍어내는 6편을 사는 오류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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