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이름은 과거 조선,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등으로 바뀌어 왔다. 대한민국, 한국이라는 국명이 쓰인 것은 19세기 말에 와서의 일이다.

  그렇다면 일본(日本)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쓰였을까. 고대 일본을 가리키는 말로는 '오야시마(大八洲)' '아키츠시마(秋津島)' '토요아시하라노미즈호노쿠니(豊葦原瑞穗國)' '아시하라나카츠쿠니(葦原中國)' '야마토(大和)' 등이 있다. 신화와 전설 등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중에서도 야마토는 지금도 일본의 어떤 정신적인 면을 강조할 때 쓰이곤 한다.

  이와 달리 중국과 한국에서는 예부터 일본을 '왜(倭)'라고 불렀다. 고려 말 왜구의 침탈이 극심했던 이래 임진왜란 등을 거치며 왜는 작다는 의미의 왜(矮)로 비하되기도 했으나 원래 왜(倭)는 그저 일본을 가리키는 한자다.  

  일본의 기록에 일본이라는 한자가 등장한 것은 다이호 율령이 처음이다. 일본이라는 국명이 통일적으로 사용된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다. 이 때도 한자로는 일본이라고 쓰고 '야마토'나 '히노모토'라고 읽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본을 지금처럼 '니혼' 또는 '닛뽄'이라고 읽은 것은 11세기 이후다.

  일본의 기록에 일본이라는 한자가 등장한 것은 타이호(大寶) 율령이 처음이다. 타이호 율령은 일본 최고의 완성된 법령집으로 701년 완성됐다. 701년이면 일본에 국가 체제가 완성된 지 얼마 안 되는 시기이므로 일본이라는 이름은 처음부터 쓰였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천황의 직접 지배체제가 무너지고 봉건 영주 시대를 거치는 동안 일본이라는 국명보다는 각 한(蕃)의 이름이 더 친숙했다. 일본이라는 국명이 통일적으로 사용된 것은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다.
  
  이 때 한자로는 일본이라고 쓰고 '야마토'나 '히노모토'라고 읽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야마토란 과거 일본의 이름이기 때문에 그저 발음을 차용한 것이며 히노모토는 '태양의 근본'이라는 일본을 그 뜻으로 풀어 읽은 것이다.
  
  8세기 중반 이후 일본에 한자 지식이 널리 퍼지며 한자를 훈독(訓讀), 즉 그 뜻으로 풀어 읽는 것은 조금 교양 없는 사람들의 일로 한자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음독(音讀), 즉 한자식으로 읽어야 한다는 식의 풍조가 생기면서는 일본을 '니호무'라고 읽었다.
  
  일본을 지금처럼 '니혼' 또는 '닛뽄'이라고 읽은 것은 11세기 이후다. '니혼'이라면 조금 부드럽게 들리고 '닛뽄'이라면 어딘지 억세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의 군국주의가 한창 기세를 떨치던 1934년 일본 문부성 임시국어조사회는 일본을 '닛뽄'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이를 강제했다. 즉 일본도(日本刀)는 닛뽄도, 일본군(日本軍)은 닛뽄군이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토쿄에 있는 유서 깊은 다리인 일본교(日本橋)와 일본의 가장 오래된 역사책인 일본서기(日本書記)만은 니혼바시, 니혼쇼키라고 읽어도 된다는 예외 규정을 두었다.
  
  결국 '니혼'이 복권된 것은 2차대전에서 패한 후이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 니혼으로 읽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1999년 일본 국회에서 일본의 공식 명칭을 니혼에서 닛뽄으로 정하였다.

  한편 일본의 영어 표기인 '재팬'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코리아가 고려가 아라비아 상인을 통해 알려진 것이지만 재팬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중국의 동쪽 바다 건너에는 지팡구라는 황금의 나라가 있다'고 소개한 데서 유래한다. 13세기까지만 해도 일본은 세계에서도 유수한 금 생산국이었다. 일본인들은 이 금을 가지고 중국에 건너가 중국의 각종 산물을 사들였다. 이 때문에 중국에는 일본이 황금의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원나라에 온 이탈리아 여행가 마르코 폴로는 이 이야기를 듣고 후에 <동방견문록>을 구술하며 일본을 '집 지붕이 모두 황금으로 덮인 나라'라고 상상했던 것이다. 결국 니혼이 지팡그로 변한 후 다시 재팬으로 변한 것이다.(한일역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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