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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평점 :
운동장에 아이들이 축구를 한다.
먼지를 일으키면서 질풍처럼 달려가는 아이와, 그 아이를 막아서면서 어리어리하는 아이도 있고,
질풍의 앞을 가로막으려 사방에서 달려드는 아이들과, 공과는 먼 거리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저쪽 편 골키퍼는 몸을 사리면서 긴장하고,
이쪽 키퍼는 어슬렁거리며 완전 빠진 상태로 서 있다.
조용필의 노래를 듣는다.
아름다운 죄 사랑때문에 /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 겨울의 찻집)
산다는 일은, 그렇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거라는 구절에서 울컥, 눈물이 솟구친다.
공을 차면서 돌아다니는 저 아이들에게 그 순간 축구공이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사는데,
한 거리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 한숨, 웃고 있어도 눈물을 부르는 그 한 생각.
산다는 일은, 그렇게 뜬금없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바람의 노래)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것 같으면서도 / 텅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킬리만자로의 표범)
박민규가 좀 나이들었나보다.
박민규를 읽으면서 계속 조용필을 탐닉하듯 들었다.
조용필 노래 가사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말은 '사랑'이었고,
박민규가 시니컬하게 욕하면서 찾아가던 곳도 '사랑'이었다.
언젠가 퇴직을 하면... 하면서 삼십 년을 버틴 인간이,
퇴직하고 나면, 그 지옥같던 직장을 꿈꾼다는 이야기...
죽음을 앞둔 사내에게 초등시절 사랑하던 여자아이가 접근한다.
맘을 졸이게 해 두고 기껏 한다는 소리가, 나 돈 좀 빌려줘... 라니...
오랜만에 전화온 딸이 죽음을 각오한 아빠에게 한다는 소리가, 저 돈이 필요해요... 라니
삶이 이렇게 조잡한 것임을... 알게 되는 일은 슬프고 피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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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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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직설적 질문을 소설에 들이 밀다니...
그 답이란... 이러하다.
나는 평생을...
<나>의 근처를 배회한 인간일 뿐이다.
이쪽은 삶, 이쪽은 죽음...
나는 비로소 흔들림을 멈춘 나침반...
그런데...
삶은 이렇게 비루한데,
화단에선가, 가로수에선가
꽃잎 몇 장 떨어
진다, 떨어졌다, 왜 인생에선 낙법이 통하지 않는 것인가.
낙법도 없는 삶에 대하여,
그는 또 산다는 일이 뭔지를 묻는다.
형, 산다는 건 뭘까요?
별 거 있냐? 먹고 자고 싸면서 시간을 보내는 거지.
그러노라면 시간도 가겠지...
인생은 저멀리 떠가는 제플린 비행선을 쫓아가는 일처럼
무의미하고 허무하지만, 하릴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임을,
박민규는 초라하게 울상짓지 않고 묻는다.
한민족에게 청춘이란 없었던 가엾은 사람들이란 관점을 지닌 박민규 정도라면,
징징거리지 않고 시니컬하게 또는 가볍게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어떤 작품들은 그의 <은하 영웅>처럼 상상력에 치우친 것이어서 취향에 맞지 않기도 하니,
취향에 맞춰 고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