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니콜 크라우스의 '그레이트 하우스'를 읽고, 사랑의 역사를 읽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 책은 이미 5년 전에 나온 책이며 많은 사랑을 받은 책임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에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사랑의 역사'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한 스토리라인을 그리는데,
거기서는 '사랑'에 대한 생각도 '역사'에 대한 생각도 읽어낼 수 있도록 품고 있는 맛이 있다. 

제법 인기를 끌 법한 제목을 붙였으며,
이야기는 뜬금없는 '미로' 속을 헤매게 만드는 일종의 미스터리 형식을 띠고 있다.  

<사랑의 역사>라는 텍스트를 둘러싼 이야기는 여러 인물들이 직조하는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인다.
그리고 그 텍스트가 직조된 언어도 원래의 이디시어에서 스페인어로 다시 영어로 옮겨지고 번역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가 읽는 텍스트는 그 소설이 다시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만나게 되는 것이고... 

한때 한 소년이 있었다. 

레오 거스키가 사랑하는 알마에게 이디시어로 적어준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의 사랑 이야기는 과거지만,
그의 사랑하는 여인이  낳은 아들은 유명한 작가가 되고,
또 죽음을 맞게 되어 과거라는 이름의 역사(history) 속으로 바래어 간다. 

과거의 이름 알마는 텍스트를 돌고 돌아 어린 알마에게로 돌아와
레오폴트 거스키와 동물원 앞에서 만난다.
만남까지의 이야기는 미스터리로 엉킨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것처럼 독자를 유인한다. 

그렇지만,
풀리지 않은 미래의 의문(Mistery)인듯 보이는 퍼즐 조각들은
이미 여러 차례 만나도록 작가는 구성해 놓고 있다. 

레오가 누드 모델로 서던 날...
커다란 스웨터 차림의 여자아이도 있었다...고 적었는데,
알마는 부친 사후, 그해에 나는 아빠의 스웨터를 42일 내내 입었다...고 적는 등,
직조에 공을 들인 태피스트리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우연 속에서 <마주치>던 사람들은,
<사랑의 역사>란 텍스트를 둘러싸고 긴밀하게 <만나>게 된다.
마주침과 만남이 반복되는 속에서 인간의 '사랑'은 깊어가고, 그것이 또한 역사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  

미스터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니콜 크라우스란 이름을 기다릴 법도 하다.
평범하게 스토리 중심으로 직조해도 복잡한 이야기일 것을,
다양한 인물의 시점으로 복잡하게 얽어 놓아 독자의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몇 가지의 단서를 중심으로 매듭을 풀어가도록 구성에 힘을 쏟는 니콜의 복잡한 두뇌를 따라가면서 헐떡거리는 경험은
마치 힘겹게 산악 전문가 뒤를 따라 오르는 등산처럼 정신없게도 하지만,
산에 오른 뒤의 상쾌함이 그 모든 힘겨움을 일거에 날려버리듯,
독서의 과정에서 직조된 아름다운 이야기의 아련함 역시 헷갈리는 독서의 땀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경험을 줄 것이다.

이디시어와 유태인의 문화에 낯선 독자에게 67, 283 페이지의 반복되는 단어들은
뭔가 관련된 고리가 아닌가 관심을 갖게도 되는데, 특별한 설명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