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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삼성만화명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삼성출판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동네 있는 대형 할인점에 가면, 만화를 주로 읽는다. 집중도 안 되고 자리도 불편해서 긴 글을 읽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만화 정도라면 충분히 소화할 만하다.
요즘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공포 만화를 보다가, 오늘은 세계 명작으로 눈을 돌렸다. 아빠가 읽어야 아이도 읽을 거 아닌가.
내가 지겨워하며 읽었던 이야기를 만화로 잘 그렸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는 역시.. 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부모들이여, 고전을 만화로 읽히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고전에 드러난 작가의 사상과 문체와 시대적 상황들이 만화에서는 제대로 읽히기 어려운 법인데, 이 책도 그런 측면에서는 실패하고 있다. 줄거리는 얽어내고 있지만, 러시아의 어려운 시기에 부패한 관리들과 가난한 민중들의 처참한 삶의 모습을 리얼하게 드러내기엔 만화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내가 중학교 때 적과 흑을 읽고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상당히 도덕적이었던 중학생인 내게 주인집 마님과 나전어(그 당시 라틴어인줄도 모르고 읽었던) 가정 교사 사이의 사랑이 이해될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세계 명작이 되어야 할 이유를 난 전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어른이 읽고 같이 비평해 주지 못하는 세계 명작은 이처럼 초라하다.
세계 명작을 읽히고자하는 어른들이여. 그대들이 먼저 책을 읽으라. 그리고 시대와 분위기를 충분히 아이들에게 이해시켜 가면서 책을 읽히기 바란다. 그리고 상당 수의 책들은 정말 세계 명작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편협한 생각들을 담고 있거나, 지금의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다. 가리지 않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먹이는 음식은 아이들에게 독이 될 지도 모른다. 이번 여름 방학엔 아들 녀석이랑 독서 삼매와 토론에 푹 빠져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