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은 한 송이 꽃 - 하루에 한 편씩 읽는 365일 禪, 숭산 선사 공안집
숭산스님 지음, 무심 엮음 / 현암사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세계 일화라...
온 세상은 한 송이 꽃이고,
세계엔 꽃 한 송이 뿐이고,
세계의 무게와 꽃 한 송이 무게는 같고,
세계에 꽃 한 송이도 없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공안집이다.
공안은 공문서인데,
공문서를 공증할 때, 앞장을 척 접어서 간인을 찍던 데서 연유한 말이다. 

반토막을 물어보면, 남은 반토막을 맞추어 들이대어야 한다. 
묻는 사람의 공안과 답하는 사람의 공안이 합당하면 인정하겠지만,
합당하지 않으면 '할'하는 고함소리를 듣거나 '방'이란 몽둥이질을 당할 수도 있다. 

선문답이라고도 하는 이것을 일컬어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원래 정답이 없는 독서가 재미있듯,
선문답을 따라가는 사고의 훈련도 흥미롭다. 

   
  쉼. 모두 놓아버림, 차고 맑은 가을 물, 만 년 동안 한 마음으로, 식은 재와 마른 나무,
너무 무거워 움직일 수 없는 옛 사찰의 향로, 고요한 공중으로 피어오르는 한 줄기 향의 연기... 
 
   

27쪽의 중국 석상 스님의 일곱 가지 '7거 七去'를 고요히 읊노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무엇한다고 여러 가지 어려운 말로 설명하랴 싶다. 
그냥... 이렇게 살면 된다...는 가르침이리라. 

   
 

우리가 나가면 신은 들어온다.
죽으면 신의 품에 안겨 든다.
있지 아니함으로 신의 품 안에 있고
하지 아니함으로 신의 법 안에 산다.  

오거나 가거나 신은 우리 곁에 있다.
신은 여러분이 웃으면 기뻐하고 울면 슬퍼한다. (139) 

 
   

영화 '풍산개'에서 여주인공이
'제가 죽었었나요?
당신이 저를 깨어나게 하셨나요?
그냥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 말을 하는 구절이 있다.
짧게 생각하면, 죽어가는 년을 살려줬더니 무슨 뜬금없는 홍두깨? 할 수도 있지만,
삶과 죽음의 경지는 그닥 멀지 않고,
숨이 나가고 들어오듯, 신도 늘 우리와 함께 한다.
늘 우리 곁에 있고, 한 소식간에 들어오고 나간다.
숨쉬는 일을 지켜보면서, 거기 신이 계심을 깨닫는 일이 그래서 중요한 일이다. 

   
 

만공 선사 설법 중에,
모든 선사들께서, 종소리 들으면 깨닫고, 북소리 들으면 엎드린다고 하셨으니,
이 뜻을 아는 사람 있으면 말해 보라... 했더니,
성월스님이 토끼 뿔이 옳다고 하면 양뿔도 틀리지 않습니다. 했다.
만공 선사는 미소 지으셨다.(190) 

종소리와 북소리를 못 들었다면 편안하지만, 들었다면 몸은 벌써 지옥에 와 있다. 

 
   

인간은 옳다 그르다는 판단, 분별간에 지옥을 넘나든다.
종소리를 듣는 일, 북소리를 듣는 일 자체가 분별심을 자극하는 일이다.
토끼 뿔을 옳다 그르다 하는 일 자체가 인간의 지옥이다.
그래서, 쉬라고 한 모양이다. 쉬고 또 쉬어라...
그치만, 어리석은 인생들은 쉬는 일을 쉬고서 일한다. 가엾은지고... ㅉㅉㅉ 

   
  입을 열면 화살처럼 날아 지옥으로 가고,
다물면 목숨을 잃는다. 지금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들리나? 그냥 할 뿐...(286)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도 빙긋이 웃는 수준을 얻을 수 있다.
직지인심... 불립문자... 염화 미소... 이심전심... 

조고각하... 고개를 구부려 발밑을 잘 살필 뿐이지, 먼 미래를 향해 헛된 마음 내지 말고,
수주작처... 제 있는 곳에 따라 그냥 할 뿐이고,
응무소주 이생기심... 응당 여기저기 좋다고 나대지말고 그저 마음을 내어 할 뿐인 거다. 

   
  분별하지 말라... 다만, 할 뿐...   
   

이런 말이 멋진 것도 아니다.
분별 자체가 어리석음을 낳기 때문이다.
이런 책 한 권 읽는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열심히 하는 일에도 어리석음이 들러붙는다.  

다만 할 뿐...
네 발 아래 신발 신을 때나 잘 살펴라. 허방에 빠져 자빠지지 않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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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7-1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읽으면서 무모한 호기를 부리고 있잖아요.
염화시중을 꿈꾸는 것도 아니면서 딱딱 맞추고 싶어서 말이죠.
돌아오는 건...'할'과 '방' 뿐이지만요.
그래도 괜찮은 것이, 고함소리와 죽비소리에 두들겨 맞아도 나름 시원한 것이 위로가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글샘 2011-07-20 10:10   좋아요 0 | URL
고 딱딱 맞추고 싶은 마음을 놓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ㅎㅎ
저도 자꾸 마음으로 읽게 되어서...
마음 놓자고 하는 공부가 오히려 마음에 폐가 되는 거 같기도 하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