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으로 걸어 나온 시 - 김선우, 손택수가 들려주는 시와 시인 이야기 담쟁이 교실 17
김선우.손택수 지음 / 나라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교실 안의 시가 있고, 교실 밖의 시가 있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국정(1종)이었고,
재작년까지 중학교 국어 교과서도 마찬가지였다.
국정 교과서의 좋은 점은, 좋은 작품을 국어 교과서에 실어 두면 온 국민이 열심히 배워서 공통적인 시를 알게 된다는 점이고,
단점이라면,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놓친다는 데 있겠다. 

요즘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도 16종 가량 되고, 내년부터 나올 문학 교과서도 십여 종이 될 모양이다.
그러니, 거기 포함된 시라면... 글쎄다. 무지 많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교실 밖으로 시가 걸어나올 필요까지도 없어 보인다.
다만, 교실 안에서 가르치는 시는 온건한 사상을 벗어나지 않은 것들이라 보면 된다.
그렇지만, 삶에서 온건함과 과격함, 격정적인 마음과 절제된 마음을 판가름하는 일은 지극히 주관적인 바. 

시를 가르친다는 일은 혁명을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고,
또 시를 가르친다는 일은 사랑에 대하여 논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 속에서는 반드시 가난과 핍진한 삶이 드러나게 되어 있고,
그 가난한 사람들의 눈빛 속에 담긴 한스러움과, 또 오래 묵은 한의 지혜로움이 비쳐나게 마련이다. 

이 책에 엮인 글들은 고교 독서 평설에 '시인과 함께 읽는 아름다운 우리 시'란 꼭지에 연재하던 글들이다.
하나의 주제로 묶인 몇 편의 시에 대하여 시인들은 또 한 편의 아름다운 시적 상상을 펼친 넉넉한 밥상이다. 

서정주의 뒤안 툇마루를 만나는 그 찰진 맛과,
함민복의 국밥 투가리에서 묻어나는 투박한 숟갈질 소리도 오롯이 살아난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세상보는 눈이 두 시인의 풀이 사이에 녹아 있어서,
아이들은 이 책을 읽는 일로도 세상의 헝클어진 덩굴 사이로 손가락을 뻗는 일이 되기도 한다.
동화 속 세계도 있고, 상상의 세계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도 체력도 떨어지는데, 상상력은 더욱 커진다는 황동규의 편지를 읽는 일은,
너무도 익숙한 일이면서도,  
그래서 더욱 편안한 새로움을 즐길 수 있다. 

이 책이 단행본 아닌 연작으로 이어진다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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