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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코요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4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코요테는 야생 들개의 일종이다.
그 야생성의 본능은 도시에 밀려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동물의 하나인 모양이다.
마지막 코요테.
한때 로빈쿡의 의학 스릴러들과 존그리샴의 추리물을 읽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엔 그런 장르물엔 통 인연이 닿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특강을 하는 도중 잠시 쉬는 시간에,
이 책의 표지에서 노려보는 코요테의 눈빛에 매료되어 읽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시험공부한다고 자습하는 걸 감독하는 동안 휘리릭 읽는다.
이야기는 그저 그런 미국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헐리우드에서 뻔해빠진 스토리의 추리물.
그건 이 책을 30페이지쯤 남았는데 사건이 모두 해결된 것 같았을 때,
아직도 한 건의 반전이 남아있으려니,
그렇지만 그 반전은 시시한 것으로 넘어가려니 하는 것까지 내 추측이 맞았다.
원래 이런 500페이지짜리 스릴러나 추리물은 450페이지쯤 일단락이 나고,
독자를 릴랙스(이완)하게 만든다.
그 와중에 새로운 텐션(긴장)의 계기가 등장하여 독자를 바짝 쫄게 만들지만,
역시 대단원은 시시하게 끝난다.
스릴러물이란 것들이 독자의 심장에 긴장과 이완의 부교감과 교감 신경을 자극하도록 짜여있는 것이니,
중간중간 미드스러운 유머들이 등장해 주시는 일 역시 크게 신선하지 않다.
이 책에서도 그런 유머들의 릴랙스는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보슈가 LA로 매키트릭을 찾아갔을 때, 물고기를 잡았다 놓아 준다.
그것은 수면 아래 50센티미터 쯤 되는 곳에서 한참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인 모양이군, 하고 보슈는 생각했다.
사고를 치고 상담을 받는 보슈가 쓰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단어는 신선하다. ^^
"흡연은 나쁜 습관이야."
"이 도시에선 호흡도 그래요..."(360)
"자 이제 됐지? 매연이 담배연기보다 더 해로워."
"이건 금연차예요."
보슈는 플라스틱 자석에 '금연 감사합니다'란 글씨가 새겨진 것을 떼어 창밖으로 휙 던져버렸다.
"자, 이젠 아니지, 이젠 흡연 차야." (371)
인간에게 정말 해로운 것은 흡연의 일산화탄소에 비하면,
화석연료의 연소로 나온 각종 황산화물, 탄화물 등이란 생각은 나도 하고 있다.
물론 흡연이 비흡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나쁘지만,
화석연료의 연소는 절대적으로 나쁜 것이다.
난 이 책을 읽고 울었다.
갑자기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건...
이 책의 <끝>을 보고,
뒷장의 '스릴러를 보며 울어본 적 있나요?'로 시작하는 옮긴이의 말을 보고,
그야말로 책이 완전히 끝난 서지사항이 적힌 페이지에 적힌 문구 때문이었다.
누구보다도 해리 보슈를 사랑했던
한 리뷰어를 추모하며...
결국 이 책은 그 리뷰어가 보지 못했던지, 리뷰가 없었다.
이제는 <한 리뷰어>가 되어버린 그에게... 인사를 보낸다.
하늘에 낮게 드리운 구름만큼,
나직나직하게 글을 쓰던 당신,
이즈음엔 스릴러나 추리물보다 더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한 곳에서 잘 지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