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싱거운 이야기도 다 있다.
자기한테, 제 인생더러, 잘 지내는지 묻다니... 

그치만, 작가가 쓴대로,
서른과 마흔 사이를 통과하는 동안, 그런 의문 하나쯤, 한번쯤 가져도 좋을 일이다.
설령, 가슴시리게 허전한 구멍이 바람소리 맞아 떠돌아 다닌다 하여도 말이다. 

모든 걸 버릴 요량으로,
중국에 7박8일 모르는 사람들과 여행하는 코스에 신청을 했다가 덜컥 걸렸다.
어떤 이는 뻘쭘하게 모르는 사람들과 여행을 어찌 가느냐고도 하고,
어떤 이는 공짜로 비싼 여행 가서 좋겠다고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불면의 나날을 보내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겠기에, 모든 걸 버리고 갈 계획을 짠 거다. 

몸과 정신을 압도하는 완벽한 풍경 앞에서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태도를 가지더라. 

치유를 하든지
완벽하게 절망하든지
아니면 기념사진이나 찍든지,

치유를 바라지만,
완벽하게 절망하는 여행이 되거나, 그저 기념사진이나... 이나... 찍고 올 수도 있다. 

어딘가로 훌쩍 아는 이 누구도 없는 곳으로 떠나는 일은 허허롭지만 기대감도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대보다는, 누구도 모르는 곳이라는 기대는 크다. 

혼자 남겨지는 건 아직도 두려운 나이,
서른과 마흔 사이,
그렇지만 또 설렘이 사라지는 무뎌진 나이라, 그걸 근심하는 작가, 참 이쁘다. 

올해는 들농사가 잘 돼서 산열매는 별로예요.
하늘이 다 조화를 맞추는 거지요.(113) 

이런 자연의 조화를 배우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최갑수의 프레임에 갇힌 세상은 조금은 몽롱하지만, 
그 몽롱함을 즐기기로 든다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사진들을 가득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현실의 반대말은 비현실이 아니라 '여행'이라 믿어야 한다는 여행 작가. 

아름답지 않은 것도 아름답게 찍어야 하는 미학적 고민을 가진 사진 작가. 

어제쓰던 그릇처럼
당신은 늘 옆에 있을 거라고
그냥 넌지시 놓여 있을 거라고 여겼던 것들이 

붙들 수 없음을...
붙들 수 없는 것들이 자꾸만 늘어가고,
내일도 아마 비슷한 하루가 될 것임을 느끼는... 

그래서 잘 지내나요, 내 인생? 하고 적는 작가. 

그의 사진을 보고 글을 읽는 일은,
그래서 그의 마음을 엿보면서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평화로운 여행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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