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맨발로 글목을 돌다 - 2011년 제3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ㅣ 이상문학상 작품집
공지영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1월
평점 :
공지영은 한국의 문단에서 가장 돈 많이 버는 작가라고 한다.
나는 그의 작품을 꽤 읽은 편이긴 한데,
글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그나마 형상화에 성공하고 있어서 좋아하는 정도지,
그의 작품을 사랑하기엔 나의 취향이 다른 쪽인 모양이다.
우행시는 좋았다.
사형제도라는 하나의 이슈를 주제로 삼고,
거기에 여성의 순결이라든가, 가난한 형제간의 우애같은 변주들이 어우러지면서,
형과 아우의 삶이 빚어내는 비극의 현대사 속의 질곡과,
개인적으로 큰 상처를 가진 여성의 삶이 오버랩되면서 독자에게 뿌려지는 페이소스의 간절함은,
잘 쓴 소설로 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근데,
맨발로 글목을 돌다... 라니.
제목은 멋지구리하다.
제목이 '시적'이다.
근데, 내용은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떠오르게 만든다.
주제가 '폭력'이라는 건 읽다 보면 알게 되지만,
하나의 주제와 다양한 변주가 어우러진 하모니를 듣는 일을 기대하던 나로선, 쫌 별로였다.
맨발의 서술자는 폭력적인 세상에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맨발의 서술자는 <글>을 쓰면서 먹고 사는 사람인데,
세상사의 <골목>들에서 엇갈리는 사건들이 꼭 필연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우연히 만나는 것처럼 그에게 <글의 골목>은 다양한 사건들의 헝클어짐이고 골목들의 만남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로 쓴 '글목'이란 시어 외에는 이 소설에서 짜릿한 감동을 맛보기 어려웠다.
어쩜, 그의 며칠간의 일본 체류기를 읽은 느낌이랄까.
차라리, 이 소설에 비하면, 그의 <수도원 기행>이 주는 장엄함은 마치 '도가니'에서 등장한 안개 자욱한 도시처럼 멋진 실루엣과 울림으로 남아있다.
심사평에서 운명, 역사, 시대... 운운하는 말들을 읽어도 나는 <나들목>이란 말이 적절하다 생각한다.
공지영이 의도한 글의 길목은 하나의 <나들목> 정도의 비중이었을 거다.
이렇게 열 두개의 대로가 하나의 초점으로 모이는 파리 샹제리제 거리의 개선문같은 위치에 놓일 작품이라고는,
글쎄 본인도 생각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김언수의 <금고에 갇히다>류의 서사를 편애하는 편이다.
전에 <캐비닛>에서 보여준 신선한 사고의 실험은 하나의 주제를 끝까지 밀고 가는 프로정신이 드러나 좋다.
정지아의 <목욕 가는 날>같은 소설이 많아지는 일은 바람직하다.
마치 바른생활 교과서처럼 얽힌 실타래가 풀리는 느낌은 소설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할 것이고.
5월에 읽는 전성태의 <국화를 안고>는 '산 것도 없고 죽은 것도 없는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폭력에 포획된 나방같은 존재의 삶도 죽음도 아닌 시절을 그린 이야기는 마음 아프다.
 |
|
|
| |
운명이 생을 덮치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안다.
그 포충망 속에 사로잡히고 나면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회전하고 있을 뿐이다.
고통을 중심으로 하여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하나의 슬픔의 계절이 있을 뿐이다.
라고 어느 날 갑자기 동성애자란 이유로 구경거리가 되어 런던 감옥에 갇힌 오스카가 썼다. |
|
| |
|
 |
과민성 신경증과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 소용돌이 속에서 회전하는 나날들을 통과하여 온 작가에게,
글의 길목은 평면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입체적이지도 않은 것일 거다.
아마도 그 글목은 꿈 속의 시간과 공간 이동처럼,
문득 이어지고,
문득 끊기고,
문득 나타나고,
문득 바뀌는
그런 비현실적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직도 그의 글목은 빈속에 약을 가득먹은 사람처럼,
빙빙 회전하면서 돌고 있을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