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통신 2004 - 2호      양운고등학교 3학년 5반

프로가 되자

마흔 명의 숙녀들, 안녕.
엄마보다 더 자주 만나는 담임선생님이다.
이제 너희를 만난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다. 여섯 달만 더 너희랑 뒹굴면 수능이다. 정말 세월 빠르지?

두 달을 너희 쳐다보면서 느낀 걸 몇 가지 말하고 싶다.
너희는 처음 만나는 고3이겠지만, 선생님은 너희 같은 아이들을 해마다 만나고 떠나 보내는 게 일이다 보니, 너희한테 요구하는 것도 많을 수밖에 없다.

오늘 할 말은 프로가 되라는 것이다.
아마추어가 프로의 반대라는 정도는 알고 있을 거고.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뭘까? 프로는 돈을 위해 일하고, 아마추어는 취미나 흥미로 하는 것? 글쎄. 그럴 수도 있지만, 난 너희를 보면서 고1,2까지는 아마추어고 고3은 프로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물론 이 종이를 소중하게 가슴에 새기는 친구는 너희 중 5% 미만일 거란 사실을 난 알지만, 내겐 그 5%의 학생이 정말 소중한 제자란다.
삼십 년 지나서 선생님의 그 때 편지를 읽고 제가 이렇게 살았어요 하는 제자가 5% 아니라 1%만 있어도 난 행복한 선생님이라 생각하니깐...

고3은 프로다. 그럼 프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첫째, 아마추어는 늘 변명을 할 수 있다. 경기에 지든 이기든,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그게 제일이라는 둥,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둥, 승부보다는 참여에 의미를 둔다는 둥, 정당한 방법으로 싸워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등의 변명이 아마추어리즘을 아름답게 만든다. 그러나, 프로에겐 변명이란 있을 수 없다. 경기에 이기면 잘 한 것이고, 지면 잘못한 것이다. 과정없는 결과는 없지만, 반드시 결과를 이뤄내야한다. 그게 프로다. 참여하는 데 의미를 두는 프로는 없다. 프로는 어떠한 방법을 동원하든 이겨야 한다. 그게 프로다.

둘째, 프로는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자기 관리 없는 승리는 기약할 수 없으니까. 난 권상우를 보고 '나도 저런 몸매를 가져봤으면…' 하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는 프로니까. 내가 만일 영화배우라면 나도 석 달 안에 저런 몸매 가질 수 있다. 물론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프로라면 목표를 정해서 어떠한 고통도 감수해 나가는 것이 정석이다. 나를 더욱 가치있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프로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셋째, 프로는 시간을 초월한다. 사람은 여섯 시간 내지 일곱 시간을 자야 한다고 일반적으로 말하고,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추어는 그걸 잘 지키면서 생활한다. 평소에 몸을 가꾸고, 운동을 꾸준히 한다. 그러나 프로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단기간에 체중 조절에 나선다. 필요하다면 하루 한 시간 잘 수 있어야 프로다.

마지막, 프로에겐 꿈이 있다. 꿈이 없다면 그건 프로가 될 수 없다.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이 프로의 꿈인데, 꿈이 없다면 높이 날고 싶단 생각도 없을 게고 늘 망설임으로 주저하는 삶을 살게 된다. 유승준의 비전이란 노래 중에 이런 대목이 있잖아.

높이 날고 싶다면 작은 망설임은 걷어 차버려. 끝없는 미지를 향해 내디뎌야 해! 새롭게 시작되는 오늘에 누구도 나를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는거야 … 네 삶을 사는 것이 아냐 뜻이 없다면... 메뉴얼대로 살아만 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난다 해도 자신이고 싶은 그런 모습의 그삶을 위하여 발을 내디뎌! 그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로...

쉽게 아프다고 하고, 집에 보내달라고 하는 너희를 보면, 아직 아마추어라고 생각한다. 아마추어는 아프면 쉬지만, 프로는 아프지 않는다. 프로에겐 의지가 있으니깐. '의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도, 의지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너희 교실 오른 쪽엔 늘 이 말이 너희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 자꾸 비관적인 생각이 들고 힘이 빠지고 '난 왜 안될까.', '이러다 정말 안 되는 거 아닐까?' 이런 비관적 생각이 들더라도, 의지로 <낙관>하자꾸나.

너희 옆엔 선생님이 있고, 서른 아홉명의 친구들이 있고, 가족들의 기대가 있으니까.

그리고 정말 예쁜 너희에겐, 아직 열아홉이란 젊은 나이가 훈장처럼 지키고 있고, 아직 일곱 달이란 여유가 있고, 아직도 깨끗한 백지의 3학년의 생활기록부가 남아있으니까. 생활기록부에 까만 글씨로 하나 하나 성적이 들어가면 너희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느는 반면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걸 생각하기 바란다.

이제 중간고사 며칠 안 남았지만, 중간 고사 기간을 맞아서 몇 가지 부탁하자.
첫째, 교실을 독서실로 만들자. 큰 소리를 내지 말고, 늘 서로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자. 다른 반 친구들은 되도록 밖에서 만나자. 그리고 깨끗하게 사용하고.
둘째, 자기 시간을 자기가 잘 사용하자. 등교 시간, 영어듣기 시간, 수업 시간에 완전학습하기, 점심시간에 자거나 공부하기, 틈틈이 단어 책상에 써 보고, 낙서하기. 발음 좋은 친구가 떠드는 영어 듣기. 무엇보다 시험공부 다 하기 전엔 안 자기.

마흔 명의 숙녀들과 생활하는 나날이 즐거움인
 담임선생님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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