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술집에서 일흔이 된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어디에서나 "튤슈, 당신을 사랑해~." 이런 외침으로 비웃음거리가 되는 사람이다.
그에게 도대체 언제 어떤 사랑을 했기에 그러고 다니냐 물으니,
다섯 살 무렵부터의 여러 사랑을 이야기한다.
튤슈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한 여성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튤슈는 어디에도 없고 어느 순간에도 존재하지 않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대상으로서의 연인이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저는 튤슈만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도 그녀만을 사랑할 겁니다.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에 목을 매고 있죠." 

"하루는 이십사 시간, 터무니없이 짧죠. 잠 잘 때조차 사랑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조리한 세상에 저항하며 싸워왔던 아지즈 네신의 목소리로 듣는 튤슈의 사랑론은 어쩌면 지극히 메마른 냄새가 난다. 

그렇지만, 대리석 조각 남녀의 사랑이 '찰나에 만나'는 이뤄짐처럼,
사랑은 시간의 길고 짧음에 좌우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도 하고, 

독수리와 물고기의 사랑의 춤에서 '빛나는 것 그것'을 발견하듯,
사랑은 조건이 맞춰졌을 때만 일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님을 보여주기도 한다. 

담쟁이 덩굴의 사랑이 감아 안아야 할 사랑이고,
참나무와 인형의 사랑도 서로 '품을 수 없고, 안을 수 없는' 공존이 불가능한 상황을 인정하는 사랑처럼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나비, 시인, 그리고 여자'에서 영원을 꿈꾸는 이들의 사랑이란 제목으로
세상의 사랑은 서로 이해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화성 사람과 금성 사람처럼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사랑은 여섯 가지 뿐 아니라 더 많은 이름의 모습을 그저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를 뿐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