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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사랑 노래

                      황 동 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눈이 내리면 다들 추억에 잠기는가. 밤에 내리는 눈은 추억을 부르나보다. 낮에 눈이 내리거나 쌓인 거리를 걸어가는 이들의 얼굴엔 왠지 들뜬 즐거움을 읽게 하지만, 밤에 나 홀로 뜰에 나리면 먼 데서 여인의 옷벗는 소리처럼 맘 설레게 하는 눈. 어제를 동여맨 편지처럼 땅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하고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깨어진 금들로 나리는 눈. 어제를 동여맨 편지엔 어떤 사연들이 담겨 있기에, 싸늘한 추회 가득 담고서 눈을 밟을까. 바람 매서운 날, 눈 노래를 읽으니 문득 눈 없는 도시에서 눈을 보고 싶은 마음에 눈 노래 하나 더 쓴다. 요즘 시를 타이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설야

                                                  김 광 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밑에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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