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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수압이 작용하는 물 속도 그닥 자유로운 공간은 아니다.
물 속에 녹아있는 산소는 대기 중의 산소에 비하면 많지 않아 보이지만,
아가미의 작용으로 운동에 충분한 산소를 얻을 수는 있는 모양이다.
인간은 물 속 인어공주의 삶이 인간의 삶을 동경하여 다리를 얻게 되는 이야기를 만들곤 하지만,
물의 수압을 견디기 위해 심해 바닥에 납죽 엎드려버린 광어란 놈도 있게 마련이다.
폐를 얻어 뭍으로 나온 것을 진화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쓰나미로 모든 것을 한방에 잃게 되는 미약한 삶의 방식을 인간은 보지 못하는가.
아가미를 단 소년이 있었다.
호수. 이래호.
강하. 강과 하천.
해류. 바다의 흐름.
이렇게 상징적인 이름들은 이녕이라는 여성, 그를 아름답다고 했던 여성과 화해하지 못한다.
이녕은 '곤'에게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소설은 줄거리가 빈약하다.
그리고 뒤섞여있는 시간 구조인 '복합 구성'이 긴밀한 플롯을 짜맞추지 못한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부유하듯,
불쑥 튀어나와 불쑥 사라진다.
단편 소설로 썼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많이 드는 아쉬운 작품이다.
서사가 드러낼 수 있는 인생의 복잡한 단면들의 뒤엉킴을 드러내기엔,
지나치게 단순한 관계망으로 전체를 포괄하려 했다는 느낌.
서정시로 승화시켰더라도 좋았을 꼭지들도 많았는데,
욕심이 앞선 소녀들이 창작한 소설들이 흔히 저지르듯,
세상살이에 경험이 없는 자신의 단점을 감추려고,
몽롱한 시간과 몽롱한 공간과 단조로운 인간관계, 그리고 치열한 삶의 부재로 단조로운 소설을 쓰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