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별을 오이처럼 따다가 - 마음으로 읽는 옛글 청소년을 위한 옛글
조희정 엮음 / 우리학교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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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고추장, 그리고 청국장과 막걸리...
뭔가 걸쭉하면서도 특유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한국의 맛은 글에서도 등장한다. 

우리학교에서 나온 옛글 읽기 시리즈, 두번째 권은 첫번째 권의 신선한 맛에 제법 농익은 맛이 들었다. 

신분제 사회에서 나름대로 같은 의식을 가진 친구들에 대한 다사로운 정을 나누는 '척독(편지)'글들이 처음에 등장하는데,
거기서 우러나오는 진심은 오랜 시간을 지난 지금 읽어도 모락모락 삭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묻어 난다. 

맹자를 팔아 밥을 해 먹고, 좌씨를 팔아 술을 마시던 '책만 읽는 바보' 이덕무의 글에서는
가난 속에서도 벗과 함께 하는 일의 즐겁던 모습이 오롯이 살아난다.
원이 아버지에게 보냈던 편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 읽어도 더 감칠맛나게 읽히는 특유의 맛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순신의 차도남 스탈의 난중일기에서 묻어나는 아비의 진정과 조식의 두류산 기행은,
선비 정신의 진수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막걸리에서는 위스키나 블렌디에서 맛볼 수 있는 끈적함이 없다.
깔끔하면서도 걸쭉한 스타일이지만, 차가운 냉정함이 담긴 맛.
그런 글을 만나는 일은 더위먹듯 힘겨운 세상살이에서 서늘한 막걸리를 넘기는 맛이리라. 

고전 속에서 얻어내는 이야기들도 있다.
이야기 읽어주는 '전기수'나, '다모'의 다사로운 이야기,
여장부 만덕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쉬이 접할 수 있는 이씨 조선의 왕조실록 속의 이야기와 다른 세상에서도 충분히 훌륭한 인간상들이 조망되었음을 보여주는 좋은 글들이다. 

자유로운 생각을 풀어내는 자들의 글을 마치 벼 속의 피 같대서 '패관문학'이라고 얕잡아 불렀지만,
그들의 글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현대인들이 잡아낸 것들도 많다. 

복숭아나무와 잡목이 겉보기엔 천양지차로 보이지만, 생명체임이 같은 것은,
마치 '설'을 읽는 기분이다.
다양한 차마설, 이옥설, 주옹설 등은 유명해서 이 책에서 제한 느낌도 난다. 

마지막에 실학자들의 실용문을 실었다.
재미는 없으나, 사실은 실학의 본류가 어떤 것이었는지,
글의 의미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서의 실학자들의 글을 제시한 이유를 생각한다면,
내용을 떠나 충분히 읽힐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옛글 속의 지혜와
옛글 속의 인생을 만나는 일은,
곧 미래의 자신을 가늠하고 가다듬을 수 있는 지혜로운 인생을 꿈꾸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나,
중학교 저학년의 우등생, 중학교의 고학년부터 고등학교 1,2학년생까지 충분히 읽히고 이야깃거리를 찾을 제재로 적절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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