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하늘. 그 해도 오월 하늘은 올해처럼 새파랬을까? 삶의 어둠이 빛을 보여주지 않는 어둡던 시절에, 교련복을 입고 손수건 대각선으로 말아 입을 가리고 최루 가스에 페퍼포그에 지랄탄과 콩볶는 총성에... 그리고 국군의 진압에, 공수부대의 매질과 총질에 후벼진 가슴들이 바라본 하늘이 오늘처럼 파랗기만 했을까.

최민수가 "나 지금 떨고 있니?"하고 멋진 마지막 말을 남겼지만, 그들은 떨고있으면서 떨고있냐고 묻지도 못하고 달을 바라보는 망월동에 눕고 만 것이나 아닐지.

관군이 패퇴하고 동학군이 진군하던 곳에 치안이 유지되었듯이, 빛고을의 오월에도 치안과 질서는 유지되었다는데, 과연 천명의 일본군을 모셔다 수만의 동학군은 몰살시킨 우금치의 핏물과 공수부대원의 번들거리는 총질로 학살된 수백, 수천의 시민군의 죽음은 백년 가까운 거리감이 있음에도 같은 이미지로 겹쳐짐은, 나의 생각이 언어로 되어 나오지 못하는 시니피앙이기 때문일까. 나의 사변이 차마 어떤 언어로도 발음될 수 없는 매직에 걸렸음일까.

오월은 언제나 나를 패배하게 한다. 오월의 라일락 맵싸한 향기가 시각적으로는 앞산 가득하던 아카시아 희뿌연 이미지 전경으로는 붉디 붉은 태양 아래 눈물의 이미지로 젖은 최루가스와 매캐하던 박하사탕의 추억. 눈물을 빼고는 돌아볼 수 없는 추억.

모두들 잊었는데, 다들 주가가 뛰는지 꼬라박는지에 관심이 많고, 웰빙과 피트니스와 아침형 인간과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논하는데, 왜 나는 이 오월에 자꾸 그 오월이 떠오르는 것일까.

새파랗게 젊음을 발산하는 나뭇잎들을 보면서, 싱그러운 신록의 즐거움을 떠올리지 못하고... 맹추같이도 그 오월을,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닌 그 오월을 떠올리면서 햇살을 마주보면 안 될 것같은 부끄럼으로 고개 숙이는 것은... 내가 나에게 정직하지 못함일까. 아니면 정직함이 없음을 부끄러워 함일까.

답답하고 슬프고 우울하고 혈압만 오르는 오월에... 그저, 독백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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