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 정철의 속미인곡을 읽어 보자.
이 시도 마찬가지의 ‘충신연군(주)지사’에 속하는 노래야.

사미인곡과 마찬가지로 천상의 선녀가 땅에 내려오게 된 형식을 띠고 있지.
유배로 땅에 내려온 선녀는 ‘謫降, 귀양갈 적, 내릴 강’이라고 한단다.
적강 설화가 들어간 가사라고 볼 수 있지.
가사는 읽기 좋은 4,4조의 노래로 길어진 시조라고 보면 된단다.

시조는 왜 노래라고 했잖아.
시조창(時調唱).
그래서 순간의 감정을 담아내는(서정) 즉흥 노래로는 어울리지만,
가슴에 담아둔 긴 이야기를 담기엔 조금 부족했나봐.
조선의 사대부들에게 긴 이야기(서사)를 담아낼 ‘가사’도 필요했겠지.

이 노래는 두 선녀의 ‘대화’로 이뤄진단다.
‘꽃보다 남자’에 비유하자면,
구준표하고 싸워서 이별한 상태에 있는 금잔디가
친구랑 우연히 만나서 수다를 떨면서 하소연하는 형식이야.
그걸 구준표는 우연히 듣게 된 것 같은 이야기

맨 앞부분은 친구가 금잔디를 발견해서 말거는 부분이란다.
잘 읽어봐~ 

가) 뎨 가는 뎌 각시 본 듯도 한뎌이고.
天텬上샹 白백玉옥京경을 엇디하야 離니別별하고,
해 다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는고.

������ 저 가는 저 각시 본 듯도 한 것 같네.
������ 천상 백옥경(옥황상제가 산다는 곳)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 해 다 저문 날에 누를 보러 가시는고?

   금잔디 친구가 잔디를 발견했어.
“어, 너... 너... 잔디 아니니?
너 맨날 준표랑 놀더니, 준표는 어쩌고
이 어두운 데 누구 만나러 가는 거야?” 이런 거지.


그지? 쉽지?
아빠의 강의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문학 강의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맘편하게 읽어 보기 바래.



나) 어와 네여이고, 내 사셜 드러 보오.

������ 아이고 너구나, 내 이야기 들어 보시오.

   안 그래도 누가 손으로 콕 찌르기만 해도 눈물이 주르륵 흐를 심정인 잔디는
아이고, 너구나~ 이러면서 말문이 열리기 시작해.
‘내 이야기’의 내용은 뻔하지? ㅋ

뭐, 잔디의 준표 사랑 아니겠어?

한문으로 쓰면 충신이 연군하는 노래. 충신연주지사.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한가마난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새, 
나도 님을 미더 군뜨디 전혀 업서,
이래야 교태야 어자러이 구돗던디,
반기시난 낫비치 녜와 엇디 다라신고.


������ 내 얼굴과 내 행동이 임의 사랑을 받음직 한가마는
������ 어쩐지 날 보시고 너로다 여겨 사랑하시기에
������ 나도 임을 믿어 다른 뜻이 전혀 없이
������ 아양이며 교태며 어지러이 굴었던지
������ 반가워하는 얼굴빛이 이전과 어찌 다르신지.

  “내가 첨에 준표랑 사귈 때 말야~
내 처지가 준표랑은 너무 안 어울리잖아. 그거 너도 알잖아.
근데 내 얼굴이나 행동도 남자들이 좋아할 것도 아닌데,
어쩐지 준표는 날 보고 ‘내가 찾던 여자가 너 같은 애야!’하고 인정해 줬거든.
그래서 나도 준표가 넘넘 좋아져서 다른 생각은 전혀 없이
알랑거리고 까불고 너무 어지럽게 굴었는지
어느 날 준표가 날 반기는 얼굴빛이 전과 완전 달라졌더라고. ㅠ&ㅜ" 

누어 생각하고 니러 안자 혜여 하니,
하날히라 원망하며 사람이라 허믈하랴.
내 몸의 지은 죄 뫼가티 싸혀시니
셜워 플텨 혜니 造조物믈의 타시로다.


������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앉아 헤아리니,
������ 내 몸에 지은 죄 산같이 쌓였으니
������ 하늘을 원망할까 남들을 죄지었다 할까.
������ 서러워 풀어 헤아리니 조물주(운명)의 탓이구나.

   금잔디의 하소연은 계속 이어져.
“누워도 준표 생각, 일어나 앉아 헤어라도 그 생각 뿐이야.
하늘을 원망하지도 다른 사람을 탓하지도 않아.
내가 지은 잘못이 산처럼 쌓였으니
서러워 풀어 생각해 본들 다 내 운명을 이렇게 정해 놓은 조물주 탓이라고나 할까.
난 이제 완죤 포기했어. ㅠ.ㅠ” 

다) 글란 생각 마오.

������ 그렇게만 생각하지는 말아요.

   금잔디, 완전 불쌍하잖아.
차도남, 까도남 구준표한테 상처받고 넘 슬퍼하니깐,
의리 빼면 시체인 친구가 위로를 한단다.
“잔디야, 너무 그렇게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지 마~, 응?” 


라) 매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 가탄 얼굴이 편하실 적 몃 날일고.

������ 맺힌 일이 있습니다.
������ 임을 모시고 있어 임의 일을 내가 아는데,
������ 물 같은(연약한) 얼굴이 편하실 적 몇 날일까.

   그치만 잔디는 계속 맘속 깊은 이야기를 다 털어 놔.
친구는 들을 수밖에 없지.
“있잖아. 난 준표 하나도 원망 안해.
다만 내 맘에 맺힌 게 하나 있어.
준표를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너도 알잖아.
준표랑 오래 사귀지 않았어도 난 준푤 잘 아는데,
아~, 그 연약한 얼굴이 편한 날이나 있을지…, 걱정이야.
준표 엄마랑, 준표네 집, 장난 아니거든.”  

春춘寒한 苦고熱열은 엇디하야 디내시며,
秋츄日일 冬동天텬은 뉘라셔 뫼셧는고.
粥쥭早조飯반 朝죠夕셕 뫼 녜와 갓티 셰시는가.
기나긴 밤의 잠은 엇디 자시는고.

������ 봄의 추위, 여름의 더위는 어찌하여 지내시며,
������ 가을 해 겨울 날을 누가 모셨을까.
������ 죽과 아침 저녁 식사는 옛날 같이 드시는가.
������ 기나긴 밤에 잠은 어찌 주무실고.

   여기 ‘춘하추동’의 리듬에서 여름은 일부러 ‘괴로울 고, 뜨거울 열’을 썼단다.
이렇게 리듬을 슬쩍 비트는 것이 한국적 멋의 특징이야.
“꽃샘추위는 잘 버티는지, 더위도 잘 타는데 어찌 지내는지,
가을날 겨울날은 누가 챙겨 주는지.
아침 저녁은 내가 챙겨주는 것처럼 잘 먹고 다니는지,
긴긴 밤에 잠은 제대로 자는지…
난 준표 걱정 하나로 요즘 잠도 못자.”
이렇게 선녀는 자기는 맺힌 게 하나 있는데,
그게 임 걱정 뿐이라는구나. 

   님다히 消쇼息식을 아므려나 아쟈 하니,
늘도 거의로다. 내일이나 사람 올가.
내 마음 둘 대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 님 쪽의 소식을 어떻게든 알자 하니,
������ 오늘도 거의 지났다. 내일은 사람이 올까?
������ 내 마음 둘 데 없다. 어디로 가잔 말인가.

“그래서 준표 쪽 소식을 어떻게든 알아보려고도 했는데,
오늘은 거의 지났으니, 내일이나 연락이 올까?
아, 난 요즘 마음 둘 데가 없어. 어디로 돌아다녀 볼까?
명동을 쏘다니면 마음이 좀 풀릴까? 혹시 준표 만날 수 있을까?
아니, 멀리서나마 준표 뒷모습이라도 볼 수 있을까?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해 올라가니,
구롬은카니와 안개는 므사일고.
山산川쳔이 어둡거니 日일月월을 엇디 보며,
咫지尺쳑을 모르거든 千쳔里리를 바라보랴.

������ (나뭇가지를) 잡고 (바윗돌을) 밀고 높은 산에 올라가니,
������ 구름은 커녕 안개는 무슨 일인가.
������ 산천이 어두우니 해와달을 어찌 보며,
������ 가까운 곳도 모르겠으니 천리 밖을 어찌 바라보랴.

 “높은 산에라도 올라가 준표네 집을 볼까 해서 말이야.
비탈길을 나뭇가질 잡고 바윗돌을 밀어 가면서 올라가 보기도 했는데,
어제는 구름은 물론 안개까지 무슨 일로 잔뜩 껴서 준표네 쪽 보이지도 않지 뭐야.
세상이 이렇게 어두우니 준표를, 준표네 집을 볼 수 있겠어?
가까운 코앞도 안 보이니 저 먼 준표네를 어쩌면 볼 수 있을까?" 

   찰하리 물가의 가 배길히나 보쟈 하니,
람이야 믈결리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대 가고 븬 배만 걸렷나니.
江강川텬의 혼쟈 셔셔 디는 해를 구버보니,
님 다히 消쇼息식이 더옥 아득한뎌이고.

������ 차라리 강가에 가 뱃길이나 보고자 하니,
������ 바람이야 물결이야 엉망이 되었구나.
������ 뱃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렸는가.
������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 보니,
������ 님 쪽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산에선 안 보여서, 차라리 한강에 나가서 배나 탈 수 있을까 나갔더니,
바람도 불고 물결도 높아서 엉망진창이 되었더라고.
뱃사공은 어디 가고 없고 빈 배만 흔들거리고 있었어.
그래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보고 있자니,
준표 생각, 준표 소식이 간절한데 우리 사이는 더 아득해지기만 했어.”

   茅모詹쳠 찬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반壁벽靑쳥燈등은 눌 위하야 발갓는고.
오르며 나리며 헤뜨며 바니니,
져근덧 力역盡진하야 픗잠을 잠간 드니
精졍誠셩이 지극하야 꿈의 님을 보니,
玉옥 가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 초가집 차가운 자리에 밤이 돌아오니,
������ 벽 가운데 푸른 등(청사초롱)은 누굴 위해 밝혔는가.
������ 오르며 내리며 헤매며 방황하니,
������ 잠깐 사이 힘이 다하여 풋잠을 잠시 드니,
������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 임을 보았는데,
������ 옥 같은 얼굴이 반이 넘게 늙으셨구나.

“아~ 맨날 준표랑 비싼 거 먹으러 다니고, 좋은 옷 사주고 그랬는데,
준표 침대는 정말 푹신하고 이불도 부드러웠는데,
혼자서 옥탑방 차가운 자리에 누웠으니 죽을 맛이더라.
벽에 걸어둔 스탠드는 신혼방에 어울리는 건데
준표랑 있을 땐 정말 분위기 아늑하던 건데, 혼자 있자니 하나도 안 멋있더라.
하루종일 산에 오르락내리락 헤매고 다니다가 방황하니
잠시잠깐 힘이 빠져서 풋잠이 들었나봐.
내가 하도 준표를 그리워해선지 꿈에 준표를 봤던 거 같은데,
그 해맑던 얼굴이 글쎄 며칠 새 반도 더 늙은 거 같아 보이더라.”  

   마암의 머근 말삼 슬카장 삷쟈 하니,
눈믈이 바라 나니 말인들 어이하며,
情졍을 못다하야 목이조차 몌여하니
오뎐된 鷄계聲셩의 잠은 엇디 깨돗던고.

������ 마음에 먹은 말을 실컷 사뢰자 하니,
������ 눈물이 연달아 나니 말을 어이 하며,
������ 사정을 다 말하지 못하여 목까지 메어오니
������ 방정맞은 닭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지. 

   “꿈에서나마 준표한테 맘 속에 먹은 말 실컷 말하려 입을 여는데, 
눈물이 줄줄 연달아 나서 말이 나오질 않더라.
내 맘 속 이야기랑 있었던 일의 사정이랑 말을 하지도 못했는데,
꿈속에서도 목이 막 메이고 그러면서 계속 눈물이 나는데,
어디서 방정맞은 닭소리가 울려서 잠을 깨우고 말았어.”

바) 어와, 虛허事사로다. 이 님이 어대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바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츨 뿐이로다.
찰하리 싀여디여 落낙月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해 번드시 비최리라.

������ 아아, 헛된 일이다. 이 임이 어딜 갔나.
������ 꿈결에 일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 가엾은 그림자 날 좇을 뿐이구나.
������ 차라리 스러져서 지는 달이 되어서,
������ 임 계신 창 안에 번듯하게 비추고 싶어.

   “아아~ 준표 얼굴 한번이라도 보고, 준표 소식 한번이라도 들으려고,
산에 오르고 강에 나가고 꿈까지 꿨건만, 다 허사더라. 준표는 어디도 없었어.
꿈결에 일어나 앉아 멍한 정신으로 창밖을 열고 내다봤는데,
준표 없는 자리를 돌아보니까는 거기 가엾게도,
불쌍한 그림자만 외로이 내 곁에 있더라고. 
그냥, 차라리 내가 죽어서 지는 달이 되고 싶어.
그래서 준표 창문으로 찾아가서 준표를 환하게 비추면서 준표랑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

사) 각시님 달이야카니와 구즌 비나 되쇼셔.

������ 각시님 달은 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주인공 금잔디는 임을 위해서 달이 되겠다고 했어.
근데 금잔디의 친구는 바보같은 금잔디를 보고 화를 낸단다. 
"야, 이년아! 니가 지금 그넘을 위해서 기도하게 생겼냐? 달은 커녕 궂은 비나 되지~.”
이렇게 말하는 거야. 

금잔디는 임을 위해
거리가 있더라도 환하게 임을 밝혀주는 달이 되고 싶다고 했어.
그런데 환하게 비치는 달빛은 잔디의 슬픔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
그러니 친구는 ‘궂은 비’나 되라고 이야기한 거야.
궂은 비는 일단 임의 옷을 적시더라도 임에게 가까이 갈 수 있잖아.
그리고 화자의 슬픔이나 눈물과도 관계가 있어 보이고 말이야.

잔디의 사랑을 가장 절실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작가는
이런 대화체를 개발했다고 봐야겠지.

지난 시간에 배운 사미인곡은
부유한 화자가 스토커처럼 임을 따라다니겠다는 노래였다면,
오늘 배운 속미인곡은
기둥 뒤에서 지나가던 구준표가
우연히 금잔디가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듣는 것처럼 처리했단다.

곧, 사미인곡은 화자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는 ‘독백체’를 썼고,
속미인곡은 화자의 대화를 통해 진심이 전달되는 ‘대화체’를 쓴 거지.

연속극이라면, 뭐, 어떤 드라마가 더 인기있을지, 추측이 되지?
게다가 사미인곡에선 부유한 여성의 언어로,
어려운 한자어나 중국의 고사성어, 한시 등이 많이 인용된 반면,
속미인곡에선 순수한 우리말이 소박한 여성의 언어로 표현되고 있어서,
훨씬 솔직한 이야기로 들린다는 특징이 있단다.

정철이 사미인곡(전미인곡)을 쓰고,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속미인곡(후미인곡)을 썼대.
자기가 봐도 스토킹은 좀 아니었다 생각된 모양이지.

가사는 시조(서정시)를 한정없이 늘인 형식이라고 했잖아.
4.4조의 노래고 말이야. 4음보가 되겠지. 시조도 그러니깐.
근데, 시조에서 출발한 형식이라서,
긴 가사의 마지막 부분은 거의 시조랑 같단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으니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정철, 훈민가)

이 노래는 늙은이를 공경하자는 성리학적 윤리를 나타낸 시야.
윗사람 말은 무조건 잘 들어야 되지.
그래야 ‘왕조국가’인 조선이 안 흔들리지.

이 시조의 마지막 행(종장)은 글자 수가 <3,5,4,3>이잖아.
가사 몇 편의 마지막 행을 보자꾸나.

아모타/ 백년 행락이/ 이만한들/ 어찌하리. (정극인, 상춘곡)

명월이/ 천산만락에/ 아니 비쵠/ 대 없다. (정철, 관동별곡)

님이야/ 날일줄 모르셔도/ 내 님 좇으려/ 하노라. (정철, 사미인곡)

각시님/ 달이야 카니와/ 구즌 비나/ 되소서. (정철, 속미인곡)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하여라. (허난설헌, 규원가)

이렇게 가사의 마지막 구절을 ‘낙구, 떨어질 락 落, 글귀 구 句’라고 하는데,
낙구는 상당히 시조의 종장을 닮았어.
이렇게 시조의 종장을 닮은 낙구를 가진 가사를 <정격 가사>라고도 부른단다.
뭔가 맞추려 노력한 거겠지.
이 경우에도 낙구의 첫 글자 석 자는 고정불변의 세 글자란다.

자, 속미인곡의 대화 주체를 늘어 놓으면 이렇게 된단다.


갑녀(보조 화자) : 선녀님 아니세요? 어디가세요?

을녀(주 화자) : 나 임이랑 헤어졌어. 다 내 잘못이야.

갑녀 : 그리 생각 마세요.

을녀 : 임 걱정돼 죽겠어. 산에도 가보고, 강에도 가보고, 꿈에도 봤지만.

       난 임을 비추는 달이 되고 싶어

갑녀 : 님 쫌 짱나는 듯, 달은 무슨 달, 궂은 비나 되시지.

어때, 아빠의 설명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학 수업 같지 않니?
고전도 어렵거나 멀기만 한 건 아니란다.
세상에서 중요한 일은 누구에게나 빈번하게 반복되어 일어나기 때문이야.
그 일이 희극으로 결말지어지기도 하고 비극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힘들 땐,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아,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나에겐 비극으로 일어난 거구나.”
그렇지만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도 너무 자만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겠지. 이렇게.
“아,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나에겐 희극으로 일어난 거네.”
인생 만사 새옹지마라고 했어.
나쁜 일도 전화위복이 되고, 좋은 일에도 호사다마인 법이지.

자, 허각의 <하늘을 달리다>란 노래 가사를 보면
어떤 순정이 나오는지 가사를 한번 음미해 보며 오늘의 ‘가장 쉬운 고전 수업’을 마치자.

두근거렸지 누군가 나의 뒤를 쫓고 있었고
검은 절벽 끝 더 이상 발 디딜 곳 하나 없었지
자꾸 목이 메어 간절히 네 이름을 되뇌었을 때
귓가에 울리는 그대의
뜨거운 목소리 그게 나의 구원이었어  

마른 하늘을 달려
나 그대에게 안길 수만 있으면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
설혹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
두 다리 모두 녹아 내린다고 해도
내맘 그대 마음속으로
영원토록 달려갈거야


내가 미웠지 난 결국 이것밖에 안 돼 보였고
오랜 꿈들이 공허한 어린 날의 착각 같았지
울먹임을 참고 남몰래 네 이름을 속삭였을 때
귓가에 울리는 그대의
뜨거운 목소리 그게 나의 희망이었어


마른 하늘을 달려
나 그대에게 안길 수만 있으면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
설혹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
두 다리 모두 녹아 내린다고 해도
내맘 그대 마음속으로
영원토록 달려갈거야


허약한 내 영혼에 힘을
날개를 달수 있다면

마른 하늘을 달려
나 그대에게 안길 수만 있으면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
설혹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
두 다리 모두 녹아 내린다고 해도
내맘 그대 마음속으로
영원토록 달려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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