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배우는 토론학교 : 문학 - 문학과 토론의 행복한 만남 청소년을 위한 토론학교
문학토론연구모임 숨은그림 엮음 / 우리학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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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독서의 끝에는 <비판적 독서>와 <비판적 글쓰기>가 놓여 있다.
이 비판적이란 수식어는 <자신의 생각>을 쓰도록 하는 지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생각을 읽고 그 생각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행위는 무의미하다.
자신의 생각을 넓은 성당의 건물 전체가 울리는 파이프오르간 소리처럼 변주할 수 있는 글쓰기라야 희망이 있다. 

학생들에게 독서 토론 동아리를 만들어보도록 교육청에서 연구과제를 주기도 하지만,
난 늘 3학년 담임이란 족쇄에 묶여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
올해 일은 많지만,
일에 치인다고 해야할 일을 못하면, 그건 제대로된 선생 노릇이 아니란 생각에 하기로 맘먹었다. 

그러기에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나온 토론학교 시리즈는 좋은 길잡이 노릇을 한다.
지난번에 읽었던 '사회, 윤리'편은 정말 정통 토론독서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소설의 인물을 대상으로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배경을 따져가면서,
과연 그 인물이 악인이었던지,
아니면 시대의 희생양일 뿐이었던 것인지를 토론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토론 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은 아무래도 이강백의 <결혼>이다.
결혼은 미친짓인가? 아니면 사회적 분란을 잠재우는 제도적 장치인가?
그도 아닌 진정 사랑하는 이들의 결합일 수 있는가? 

결혼은 소유인가? 존재인가?
이런 끝도 없는 토론거리를 제공하는 좋은 소재인 반면,
글쎄, 청소년들은 결혼에 대하여 그렇게 고민할 처지가 못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토론 대상으로는 꺼삐딴 리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도 인간적인 고독의 근원을 따지기 힘든 나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고,
비 사감도 마찬가지다.
광염 소나타의 광적인 예술정신에 대한 토론은 자칫 탁상공론으로 흐르기 쉬우며
개미와 베짱이는 토론의 가치로 따지면 광염 소나타에 가까울 수 있단 생각이 든다. 

현대인의 고뇌를 다룬 카프카의 '변신'은 우리 고등학교때 도서반에서도 토론 주제로 삼았던 적이 있었지만,
글쎄, 결론을 내리거나 종합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아 용두사미, 중동무이의 기억이 얼핏 남는다. 

문학 작품을 통하여 토론 거리를 구성해 내는 것도 멋지다.
그렇지만, 내 생각엔, 인물 중심의 토론보다는
그 인물과 처한 역사적 현실 사이의 토론이라면 더 열띤 토론의 제재들을 이끌 수도 있을 것 같다.
꺼삐딴 리가 토론 제재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예를 들면 이광수의 민족 개조론과 무정 스타일부터 친일 행적까지를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면 충분히 토론거리가 될 것이다.
미당 서정주의 서정시... 아, 이름에 벌써 서정이 주가 된 사람이란... 그의 친일시들을 보면서도 토론거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서 토론의 주된 대상은 '사회'의 대립적 구성이지만,
그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 '인물'인 바,
인물의 개성보다는 사회의 역사적 반영이 뚜렷한 작품들을 찾아야 하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작품 선정은 조금 미흡하다는 생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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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3-0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 괜찮죠. 아이들과 가끔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글샘 2011-03-09 12:37   좋아요 0 | URL
무슨 작품이든 아이들이랑 토론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