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자 1218 보물창고 3
게어트루트 엔눌라트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참 독특한 주제의 책이다.
죽음 - 은 삶의 반댓말처럼 여겨지기 쉽다.
태어남 - 을 서양사람들은 '창조'처럼 여기지만, 동양사람들은 '연속'으로 여긴다.
원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있던 존재가 열 달 전에 수정이 되어 피가 엉겼고,
열 달 자라 탄생하는 것으로... 

그렇게 본다면,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다.
삶의 끄트머리가 죽음이라면, 삶이 다하면 삶이 끝나야 한다.
정말 그렇다면, 죽음에 대하여 왜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느냐 이거다. 

삶의 반댓말, 또는 삶의 끝이 죽음인 것이 아니라,
삶은 죽음이라는 형식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끝도 없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스르르 희미해 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죽음은 삶에서 스르르 풀려진 물감마냥 번져가서
남은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애도가 필요하기도 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생기게 한다. 

죽음은 슬픔이기도 하고, 깨달음이기도 하다.
여느 죽음은 슬픔이지만, 안중근이나 윤봉길의 죽음은 깨달음과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는 것이다. 

어른들도 죽음을 이해하는 양식이 다양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워하는데,
하물며, 아직 세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죽음은 그저 '없어짐'과는 또다른 경험일 것이다.
그것은 '상실'에서 오는 '두려움' '소외감'같은 것일 수도 있고, 더 크게는 삶에 대한 '자신없음'이나 '죄책감'까지 갖게 될 수도 있다. 

아직 삶의 세계에 명확하게 발을 들여놓지 않은 아이들의 상상력 속에서
죽음의 세계는 자신의 존재조차 확신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으리라. 

그림 형제의 동화에 나온다는 '작은 눈물단지'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헤아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잃고 한없이 괴로워하는 한 어머니.
죽은 아이는 엄마에게 제발 그만 울라고 애원한다.
아이의 눈물단지가 꽉 찼기 때문.
엄마가 자꾸 울면, 눈물단지는 넘칠 것이고, 자신이 무덤 속에서 편히 쉬지 못할 것이라고 아이는 말한다.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가 서로 의존하고 결합되어 있음을 인정하지만,
산 사람이 삶에 몰두해 열심히 살아가려고 할 때,
비로소 죽은 자들도 자신의 자리를 찾고 고이 잠들 것을 상상한 이야기다. 

   
 

이를 닦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났어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요.
엄마가 내게 왔어요.
난 막 옷을 입으려고 했지요.
하지만 엄마는 내 침대에 누웠어요.
나는 엄마 품에 꼭 안겼어요.
그러자 엄마가 말해줬어요.
아빠가 죽었다고요.
그래서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느끼는 죽음은 상상 속에서 부풀어 오를 수도 있지만, 객관적 사건일 수도 있다.
아이들의 충분한 애도를 위하여 상담 교실이 열리는 곳도 많다고 한다.
아이들만의 세계에 들어가서 바라본 죽음의 세계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다. 

아이들이 죽음을 대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어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어른들이 더 슬플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상황을 좀더 자세히 알았기 때문에...
그렇지만, 애도는 필요하고, 이해받기도 필요하다. 

이런 책들은 특정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심한 경우 사망 후 5년 정도까지 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더 오랜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옆에서 같이 애도해 주는 일도 필요하고,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한데, 이런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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