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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9 - 5부 3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9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 싫다.
그리고 정말 한국 정부가 요즘처럼 한심하고 원망스런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의심으로 가득한 내 마음 속에선 <구제역 파동>이 한미 FTA의 소고기 압력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싶어 괜히 짜증이 난다.
수의사를 꿈꾸던 수의학도들이 공익요원이 되어 소를 도살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 아픈 것을 넘어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과연, 구제역은 어디서 온 것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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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날아가는 철새는 어떻게 강남까지 가는 걸까요?"
"천지 조화가 살게 하는 것이여. 가게 허고 오게 허는 것도 천지 조화지 뭣이겠어?
사람은 몰러, 모른단 말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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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조화를 무시하고, 소값을 조정하고, 억지로 소의 시체를 먹으려 소를 기르는 인간들.
그들에게 병든 소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국에서 구제역 소가 땅 속으로 파묻혀 들어가고, 마대자루에 들어간 돼지들이 흘린 피가 지하수로 흘러갈 때,
과연 강대국의 소들도 공평하게 땅 속으로 파묻히고 있는 것일까?
천지 조화를 어긴 벌을 끝도 없이 받아야 하는 거나 아닌지...
여학교 기숙사에 들어간 상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렇지만, 여학교 기숙사도 식민지 말기의 팍팍한 삶에서 빗겨갈 수 없다.
군사 훈련을 받고, 방공 훈련을 하는 등
상의가 펜에다 붉은 잉크를 찍어서 노트에 한참 써내려 가다가 이상한 예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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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하고도 불길한 검은 행렬이 눈앞에 떠올랐다.
동시에 붉은 잉크 글씨가 선명하게 눈에 비치었다.
적과 흑, 그것은 너무나 무서운 예감이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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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난 이 구절을 읽으면서 상의를 정신대로 보낼까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운동장으로 소집하는 걸 보면서 땀을 다 흘렸다. 다행히 주먹밥으로 넘어가 다행이었고... =3=3
윤국과 결혼을 서두르는 최서희에 저항하는 양현.
명희 앞에서 우는 양현에게 드는 명희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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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게 엇갈려. 왜 그렇지?
그러면서도 사람은 살아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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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그런 슬픔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은 살아가고,
얼마나 신기한 일이냐.'
힘든 일엔 역시 동병상련만이 약이 되는 모양이다.
졸부 두만이의 첩살이를 시작한 월화의 시련도 슬프다.
인생에는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보잘것 없어도 첩살이의 눈에는 조강지처가 하늘처럼 보이는 법이니...
마음이 당당한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최상길과 지감 스님의 대화는 뜬구름 잡는 듯하지만, 또한 진실을 비춰준다.
"진실을 어떠한 자로 재겠나?"
"하지만 그것은 형님 자신의 마음이잖습니까?"
"내 마음을 어떻게 꺼내어 너에게 보여주나?"
"적어도 아니다, 그렇다는 말씀은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사바에서 하는 식으로? 아니다, 그렇다 해서는 이 길로 들어올 수는 없네.
아니다, 그렇다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일세.
너 자신이 본 대로 느낀 대로... 그것도 일순, 일순간일세.
왜냐하면 너도 나요, 나도 너이기 때문이네."
모두가 연관되어 있음을, 이 대하 소설은 바다로 다 와가는 포구에서 진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진실의 자는 그렇게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지, 똑 부러지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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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쪽의 센닌바라는 <센닌바리>의 오타다. 천 명이 한 땀씩 바느질을 해서 그걸 빤쓰에 넣고 가면 안 죽는다던 왜놈들의 미신. 죽일놈의 천황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