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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7 - 5부 1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7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5부는 아무래도 이 소설의 마무리 부분이다 보니, 맺을 건 맺고 끝내려는 생각이 많이 작용한 느낌이다.
4부에서 '교술'적 내용이 늘려있었던 것이 비하면, 이야기 진행이 빠른 물살을 탄다.
아픈 것은 관수가 죽은 것인데, 뜻밖의 호열자로 그리된 것이다.
관수의 죽음을 둘러싸고 '백정'이란 계급의 갈등과 떠돌이 아이들 '숙이'와 몽치, 영선과 휘
무엇보다 큰아들 영광이까지 돌아오게 된다.
색소폰 연주자 영광이의 이야기에서, 그의 외로운 예술혼을 느낄 수 있다.
왜 사람들은 남들에게 이런저런 옷을 입히기를 좋아하는 거지요?
아름다우면 추하게 입히려 하고 추하면 아름답게 입히려 하고.
온통 빈 껍데기, 빈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치장하고 화려한 무대에서 관객들은 환호합니다. 열광합니다.
껍데기만 보구요....
인생이란 따지고 보면 본시 그런 모습.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럽고 과히 아름다울 것도 없는,
그게 삶의 현실 아닐까요? 대체 신성한 곳은 어디 있습니까?
박경리의 인생을 스스로 돌아보고 외치는 못소리같아 맘이 짠하다.
이런 예술가의 마음은 조병수를 통해서도 드러내 준다.
송영광은 왜놈에게 맞아 다리를 조금 절게 되었을 뿐이지만, 조병수는 배냇병신인 곱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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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다 끝내고 나면 왜 그리 허기가 드는지요.
밥을 먹어도 허기는 가시질 않고, 알 수 없는 허기,
속이 텅 비어서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아서 말할 수 없이 쓸쓸해 집니다.
일을 다 끝낸 뒤 다 된 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과연 내가 한 일일까 의심이 들지요.
정말 저걸 내가 만들었는가. 일한 시간은 간 데 없고 흔적도 없는데 물건이 하나 내 눈앞에 있다는 것이 여간 신기하지가 않소.
내 손은 연장에 불과한데 무엇이 나로 하여금 만들게 하는가.
생각이야 늘 하는 거지만 그것이 어떻게 물건으로 나타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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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저린 속을 이렇게 인물을 통해 털어놓는데, 그걸 엿듯는 맛도 졸깃한 것이 쏠쏠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지감과 환국의 대화에서도 얼핏 비치는 예술혼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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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히지 말아야, 사로잡히지 말아야지.
예술가도 어떤 면에서는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이다.
그러나 자유는 쓸쓸하고 고독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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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희와 강선혜가 마흔이 넘어 수다를 떤다. 여기도 작가의 목소린듯 싶을 정도로 생생한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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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무섭다. 늙는 것보다 사람이 변하는 게 무서워.
옛날 친구들을 만나면 늙었다는 것보다
맑은 샘이 없어진 듯 생각이 말라버린 느낌이 들 때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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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는 일은 쓸쓸한 것인데...
맑은 샘물 가득한 소녀 시절의 생각이 말라버린 중년기. 슬플 만도 하다.
임명희의 말도 비슷한 뉘앙스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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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있어 벌 받나요?
불운이지요. 아무리 도망가도 불운이 따라오면 도리 없어요.
뛰든 멈추든 마찬가지라면 차라리 멈추어서 불운과 친해질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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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희에게 양현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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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 잘못 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사람의 병을 고쳐주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주고 박애정신으로 인생을 산다는 것이 저의 꿈이었고
지성적인 그런 여성을 선망했는데,
막상 학교에 들어오고 보니 하루하루가 사막을 걷는 걷 같은 기분이에요.
실제 우리는 사막을 걷고 있는 거야. 매일 매일...
그럼 사막을 걷기 위해 사람은 사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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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는 양현을 최서희에서 이서희로 바꾸어 준다.
그 속내가 드디어 드러난다. 남 주기 너무 아까운 딸을 윤국이와 맺어주려는...
최서희의 강한 개성은 여기서도 여지없다.
그 양현이 이상현네 박씨 부인과 서먹한 대화를 나누는 마지막 부분이 두려운 복선인 듯 하여 소름끼친다.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빗방울은 이네 세찬 빗줄기로 변했다.
그리고 뇌성벽력이 천지를 흔든다.
마치 양현의 앞날이 그러할 것이라는 듯... 불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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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 두 패로 갈리어 큰일이다.
옛날의 조준구 시절에도 두 패로 나뉘어져서 원수맨키로 으르렁거리더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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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독오른 가족 우서방네의 아이들은 면서기가 되어 횡포가 자심하다.
최서희가 개동을 군수에게 따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대목에서 나온 구절인데...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패거리로 갈리는 일이야 무상한 일이지만,
못가진 자들조차도 수시로 두 패로 갈리어 웬수가 되는 일이 잦다. 큰일이다.
5부에 들면서 속도가 붙는다.
제발... 모두들 행복하게 끝났으면 좋겠다.
이제 조준구도 벽에 똥칠하게 살았고,
양현이도 행복하게 해 주고, 길상과 서희도 맘 편하게 좀 자게 해 줬으면 좋겠는데... 세상은 아직도 먹구름 가득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