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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3 - 4부 1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3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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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고 실망이고,
그런 거는 잠시잠시 왔다가는 거 아니겄나.
배운 도둑질, 늙도 젊도 않은 나이라 이대로 가는 거지 뭐.
하기야 산놈 무지랭이가 고생은 쇠빠지게 했다마는 운동가 됐이니 출세했고,
신이 날 때도 있었고,
우리 생전에 독립이 된다믄, 세상 나온 보람이 안 있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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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수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읊조린 말이다.
신분 사회에서 태어나 신분의 목줄에 이끌려 다니던 삶에서 벗어난 자의 자부심이 담겨있다.
그러나, 다시 '자본'이란 '새로운 신분 사회'에서 '할애비의 자본'에 따라 손자의 삶이 좌우되는 시대가 되어버린 이 땅에서 100년 전 토지의 삶을 읽는 일은 참 난감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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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물에서 배워야 하는 거요.
물이란 모난 그릇에 담으면 모난 모양이 되며,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근 모양이 되고, 그러나 물은 물이 아닌 때가 없었지요.
물은 역행을 안 하면서도 물방울이 되고, 홍수도 되고...
사람이 사람을 담는 그릇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산천이 그릇이지.
한데, 우리 백성을 모두 물이라 비유한다면은 왜놈의 그릇이란 접시 바닥이지.
조선 백성이 홍수를 이룰 만큼 많은데, 그 얇삭한 접시 바닥에 담겨질 수 있겠소?
담겼다 담았다 생각을 한다면 그것도 망상이요,
담으려 하고 담기려 한다면 그것은 역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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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세상의 시평으로 날카로운 해도사의 이야기다.
땅을 부쳐먹는 인간들의 무지러운 이야기일 뿐인가 싶다가도,
독립군이나 동학의 후손들 이야기를 옮기는 체 하면서 시류를 읽는 높은 경개에 올라선 작가의 시선을 풀어 놓는다.
대하소설이라 하는 것은,
자못 이런 통쾌한 높이에 올라서,
박지원의 일갈처럼 통곡할 만한 넓이를 가진 것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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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손대로 산으로 가고
발은 발대로 신작로로 가는 것은 아니지 않소.
우리는 씨뿌리는 사람이며
성급히 걷어들이려 하면 안 되지.
산속에 피는 꽃이 다 같지 않다 해서
꽃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소?
해서 나도 씨는 좀 뿌려 놔야겠다. 작심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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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지만 그들의 삶의 미래를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다.
4부로 넘어가면서 신학문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늘고,
원래 <토지>에 기인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줄어들면서, 서사의 탄성이 확 줄어 버렸다.
서술자가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어 죽겠는 남의 이야기, 곧 <서사>가 줄고,
화자가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자기 이야기, 곧 <교술>이 늘면서, 이야기가 실이 노이 되도록 맥이 풀린다.
길상과 서희가 적게 등장하는 장면들이 그러한데, 다음 권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