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9 - 3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9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3부로 접어들면서 이야기는 진주에서 최서희가 집을 되찾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조준구는 더럽게도 고개를 숙이고 돈 오천 원을 택하며 사라진다.
최서희가 성도없던 길상이에게 '최길상'이란 문서를 붙여 주고, 아이들도 최씨 성을 따른다.
자신은 김서희로 둔갑을 하고... 집안을 지키려는 아낙의 집념은 시대상과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글쎄, 아직도 성씨가지고 사람을 판별하는 사람들도 있는 셈판이니, 백년 전, 그들의 사고에는 그쪽이 낫기도 하겠다. 

최서희가 최참판댁을 사들이면서 용이도 일을 도와주러 들어가지만,
홍이는 월선이 사후 방황의 길을 헤맨다.
박경리 선생이 그린 '핏줄은 속이지 못한다'는 생각은,
윤씨 부인과 별당 아씨, 서희에게 이어지기도 하지만,
용이와 홍이에게도 이어지는 맥락이 있다. 여자에게서 행복을 얻지 못하는 잘난 남자들...  
그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 당시의 사회상을 그리는 데는 역시 <신분제>에 대한 고려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백정은 예배당에도 못간다는 이야기나,
백정과 결혼했다고 술청에서 무시하는 이야기는 한국의 현대사까지도 이어지는 맥이 있다. 

   
  밤기차 타고 서울역에 내린 그런 기분입니다.
막막하고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는 그 기분 말입니다.
사는 기이 그런 거 아니겄나.
사는 게 그럴까요? 
이래 가지고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양반들 횡포에 이를 갈던 상민들이 양반들보다 더한 횡포를 천민들에게 부리는 것은 왜 그렇지요?
호랑이가 늑대를 잡아먹고, 늑대는 고라니를 잡아먹고, 짐승들 세계와 뭐가 다르다 하겠습니까.
그것이 자연의 법이라면 우리가 하는 일,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모두 헛된 꿈이지요.
인간이 인간을 다스린다는 것이 횡포라면 말입니다.
추악합니다.
상민은 천민이라 하여, 지배욕에 굶주린 상민은 그 불만을 천민 학대로서 쏟아내고 언제 끝이 납니까.
학대하고 학대받고, 잡아먹고 잡혀 먹히는 이런 세상이 말입니다.
강한 놈도 약한 놈도 없어질 때 끝이 나겠지... 
 
   

귀녀가 죽음을 맞을 때, 그 여자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죽었다. 고 썼던 구절이 가슴에 남듯이,
이 권에서는 임이네가 용이를 찾아오는 사람에게 적대시할 때,
용이가 쓰게 웃으며 던지는 말이 있다.

   
  염불하는 기다. 염불로 들어라.  
   

이정도 수준이면 득도의 경지다.
용이 같은 스트레스라면 사리 백 과 정도는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세 직후의 세상 분위기가 온갖 이야기 안에 가득 얽혀 있다.
만주에서 일을 벌이는 길상이와,
반도 내에서 일을 도모하는 환이, 그리고 동학 접주들의 갈등 등, 시대상이 인물들의 형상화에 힘입어 생생하다. 

구천이이 탈출, 귀녀의 음모... 이러던 초창기 이야기에 비하자면 시대상에 많이 기대고 있지만,
새로운 세상을 계획하는 떠오르는 세대와,
지나간 세상을 반추하는 지고 있는 세대의 교체가 3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부르조아들은 <신여성> 바람도 불고,
<학생첩> 바람도 불던 시절.
일본 유학과 <신여성>, <학생첩>은 구시대적 아내를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 정도로나 여길 것이었다.
시대는 토지를 디디고 이렇게 흐르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