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찾아 읽는 우리 옛이야기 7
김만중 글, 김원석 엮음, 윤종태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사과가 웃으면? 풋,사과 

바나나가 웃으면? 바나나, 킥 

원숭이를 구우면? 구운, 몽... ㅠㅜ 

'구운몽'과 '삼대'가 갑자기 '고딩의 독서 목록 1호'에 들었던 적이 있었다.
장편소설들인데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일부분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고딩 국어 10년 넘게 가르친 나도 구운몽 한 번 읽었고, 삼대는 아직이다. 조금은 읽다 말았다. 원어본 구운몽은 넘 난해하고 인간 관계 복잡하다. 그런 꿈은 확 깨고 싶다. 삼대는 왕짜증 소설이다. 애비가 좋아하는 술집 여자 아들도 좋아한다. 이건, 뭥미? 

구운몽은 줄거리가 이렇다.
성진(이름도 좋다, 성품이 진실해~, 이름 중요하다. 미달이, 평생 정신적 스트레스...)이 육관대사 밑에서 도를 닦는다.
어느 날 심부름 가서 용왕이 권해 술 한 잔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여덟 선녀와 말대꾸 조금 하고(먼저 찍자 붙은 건 팔선녀다.) 절에 돌아와서 '남자로 태어나서 출세하지 못하는 신세'를 잠시 한탄한, 바로 그 세 가지 죄를 물어, 엄한 스승 육관대사는 지옥으로 보낸다. 

그 지옥인 즉슨,
까까머리 중놈 성진이가 양소유란 미남자로 태어난다.(아, 나도 오늘부터 지옥갈 짓만 하겠다. 천국은 무슨 재미람. ㅠㅜ 구운몽 읽지 말라. 악마가 지옥엘 가니, 거기가 바로 천국이더라... 뭔 말이야???) 
과거를 보러 가는데 절세 미녀 진채봉이가 바로 대기하고 있고, 기생 계섬월은 양소유의 글을보고 한 눈에 반한다.
(아, 양소유... 이름이 죽인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젊을 소에 놀 유라... 캬... 나, 양소유로 돌아갈래~~) 

장안 절세 미녀 정경패랑 혼약을 맺고, 경패는 계집종 춘운을 첩으로 삼으라 권한다. (아~~ 정말 지옥 좋아 좋아.. >ㅇ<) 

적경홍과 인연을 맺는데 또 난양 공주와 어쩔 수 없이 더블 결혼을 해야 하고, 자객 심요연은 웬일로 쳐들어와서 날 잡아 잡수~~ 거기다 백능파는 용왕의 딸인데... 국제 결혼까지 불사한다.(과연, 이 책을 권장 도서에 넣을 것인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게 웬 권장 도서란 말인가.) 

경패와 난양 공주의 두 아내, 그리고 여섯 잉첩을 거느린 성진이. 캬~ 정말 노세 노세 젊어 노세다.
성경에도 7일에 한 번은 쉬라고 했거늘... ㅠㅜ
근데, 이 바보같은 넘이 자제를 하지 못하고 넘 놀다가 그만 질리고 만다. 그래서 "음, 나는 불도를 닦아서 부처님 제자가 되고 싶소~" 이런 망발을 내뱉는다. 두 아내와 여섯 첩도 "우리를 제자로 삼아 주세용~" 이런 쌩쑈를 벌이는데, 어디서 땡중이 하나 나타나, 얌마~ 너 나 알아 몰라? 묻는다. 

양소유는? 첨 보는 얼굴인디~ 아내들도 멀뚱멀뚱하는데... 대사가 지팡이로 돌난간 딱! 두드리자,
에고고... 지옥 끝, 천국 시작. (이런 니미... ㅠㅜ) 다시 중 성진으로 돌아갔다는 슬픈 이야기다. 

과연 이 소설이 '청소년 권장 도서'일지... 특히나 이 책은 어린이용으로 나온 것인데,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부모는 아이가 책읽으면서 뭘 배우길 바라는지... 몹시 궁금하다. 

솔직히 권장 도서 문제 많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고 그것이 훌륭한 작품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명작도 아니다.
이 책은 철저히 <성인용이야~>하고 외치는 작품이다. 

엄청 어렵고, 엄청 복잡 다단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어 재미가 느껴지는 책이며,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옥 부분의 양소유가 온갖 부류의 여자들과(공주부터 자객이면 뭐 안 거친 물이 없네) 놀아나는 부분이 핵심인 책인데, 한참 야한 영화 보다가, 마지막 5분 동안, 청소년 여러분, 문란한 성생활은 인생에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런 걸 권장 비디오라고 틀어주고 나가버린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는 책이다. 

자기 아이가 그런 삿된 것들은 다 이겨내고 성품이 진지한 성진같은 인격자라고 믿는다면 뭐, 한 권 권해줘도 좋겠고,
고딩 정도 아이가 책을 읽는 것보다는 베고 자는 용으로 여긴다면, 구운몽 고딩용을 한 권 권해주는 것도 좋다.
그런 거 아니라면, 그저, 교과서와 자습서 부분으로 충분히 족하다.
교과서엔, 저 재미있는 (지옥부분)은 쏙 빼먹고(아이고, 아쉬워라~~~) 맨 뒷부분 깨몽!하는 대목이 실려있다.
결국, 교과서만 배워서는 재미 하나도 없는 '구운몽~'인 셈이다. 

이 책은 진지하게,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성인이 한 번 읽어보고 싶은데, 쉽게 읽을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제일 낫다.
이야기 전개가 이처럼 잘 엮인 책은 처음 본다.(다만 아쉬운 것은 서포에 귀양갔던 서포 김만중이 쓴 원본에는 멋드러진 시들이 가득한데, 그게 쏙 빠지니... 거품 빠진 맥주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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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9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11-09 23:57   좋아요 0 | URL
권하고 싶잖은 책이라니까는... 다른 작업으로 들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