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존재감은 예전부터 컸다.
80년대 이후 서민들도 먹고 살게 되면서, 어린이에게 리모콘이 쥐어지고,
물건살 때 어린이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아니, 어린이들 자체가 돈을 들고 쓰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청소년용 독서는 최근까지 부실했다.
외국의 책들은 번역되어 봤자다. 한국의 현실과 너무 달라도 많이 다르기 때문.
요즘 청소년 대상 도서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것들의 수준도 갈수록 높아진다.
나는 특별히 <청소년 책>이란 카테고리도 만들어 두고 읽는 족족 기록해두는 편인데... 
다시 읽었던 책 목록을 죽 보니 읽은 적이 있는지도 모르겠는 책부터, 다시 읽고 싶은 책까지 다양하다. 

다섯 권 정도를 뽑아 본다. 

1등. 완득이  http://blog.aladin.co.kr/silkroad/1997786 

 오늘 잠시잠시 완득이에게 매료되었다.
사실은 김려령이란 신인 작가에게 푹 빠졌다고나 할까.

이건 소설이 아니다. 뭐랄까. 만화를 잡고 놓기 힘든 이야기라고 해야겠지.
말의 맛이 어쩜 이렇게 쫀득거리는지...
한번 잡으면 놓지 못하게 한다.
간만에 괜찮은 작가를 만났다.

좀 유치한 만화처럼 1등짜리가 일자무식 완득이에게 뻑이 간다는 이런 설정이나,
완득이가 주먹질 하다가 킥복서가 된다는 이야기는 좀 뻔한 스토리지만,
완득이 어머니나 똥주 이야기는 김려령이 멋진 작가임을 절감하게 한다.

무거운 주제를 산뜻한 관계망의 언어로 풀어낼 줄 아는 멋진 작가를 만났음에 오늘은 기분 참 좋다.
처음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 그네를 읽었을 때보다 더욱 짜릿한 느낌을 받게 되는 멋진 작품.

한번 빠져 보시라. 완득이와 똥주의 짜릿한 욕설 속으로... ㅎㅎㅎ

2등. 구덩이 http://blog.aladin.co.kr/silkroad/2487005 

표지에 그려진 조각금들은 마치 이 얘기가 꾸려져가는 플롯을 따라 가는 퍼즐의 경계선같이 보인다.
간결한 문맥 속에서 오늘날의 청소년들을 책속으로 안내하는 작가의 역량은 부럽고 부럽다. 

현재와 과거가, 여기와 저기가 종횡으로 직조하는 이야기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앞에서 맞춘 퍼즐의 둥근 부분이 뒤에서 다시 꼭 들어맞는 짜릿한 경험으로 안내하는 훌륭한 작품을 읽고 칭찬을 멈출 수가 없다. 
 

 

 

 

3등. 너도 하늘말나리야  http://blog.aladin.co.kr/silkroad/559109 

아이들의 순수함만을 그리던 기존의 동화들이 '작위적'인 느낌을 떨칠 수 없었던 반면, 이금이 선생님의 글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섞여 살아가는 이 세상을 잘 그려내고 있다. 어른들의 상처는 아이들에겐 얼마나 더 큰 상처로 굴절되는지를...

아이들의 <혼자만의 얼굴>을 본 사람이 가져야 하는 아주 작은 <예의>가 이 작품을 낳았을 터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시나리오를 생각한다. 이 동화에 피었던 숱한 꽃들이 화면 가득하게 스쳐지나가면서 제목이 들어온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트럭에 옮겨져오는 미르네 가족의 짐. 도시풍의 미르의 옷차림...  검은 얼굴의 순박해 보이는 바우와 소희... 아이들의 상상과 어른들의 현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산모가 두 딸을 데리고 셋째딸을 낳는 장면이 아닌 소희 할머니가 쓰러지시고 마을 사람들이 장례를 치르는 것으로 하면 좋겠다. 산모 이야기는 너무 작위적이니깐. 이 책 전체가 하나의 여성문제를 다루는 텍스트가 되기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본은 시와 화면과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 썼으면 좋겠다... 참 서정적인 영화가 되지 않을까? 이런 작품을 영화로 푸근하게 녹여낼 만한 사람은...

4등. 달려라 모터사이클 http://blog.aladin.co.kr/silkroad/2580072 

 

이 책은 양철북 출판사의 서평단 모집에 응모해서 받은 책임을 밝힌다. 고마운 마음을 갖고 읽었다.
책읽기 별로 안 좋아하는 아들 녀석이 재미있다고 읽어서 좋은 기억이 남는다.
<구덩이>와 비슷한 터프함이 등장한다. 구덩이처럼 소설적으로 복잡한 구성을 갖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멘토가 될 법하다.
중학생 정도라면 부담없이 권해줄 만 한 책. 

일종의 보이스카웃 소설 비슷한데,
어려운 집안의 아이임이 두드러진 소설이다.

 

 5등.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http://blog.aladin.co.kr/silkroad/4230077 

가난한 주먹쟁이 재석이.
사소한 일로 징계를 받아 사회봉사(퇴학 직전 단계)를 받아 요양원에 간다.
거기서 부라퀴같은 노인의 타박을 받아 가며 일을 하다가 보담이란 노인의 딸에게 혹해서 열심히 봉사를 한다. 

보담이는 '데미안', '그리스인 조르바', '빠삐용'을 들이대면서 재석이를 감동시킨다.
알에서 깨어나오는 노력을 해야된다는 '데미안'과,
옳고 그른 게 문제가 아니라, 삶을 열정을 다해 느끼고 살아내는 것, 그것이 가슴 터질 듯한 젊음이라는 '조르바'와,
사소한 죄로 오지로 귀양을 가며 툴툴대는 빠삐용에게 꿈속의 판관들이 "너는 너의 젊음을 함부로 낭비한 죄"라고 선언하자 빠삐용은 자신이 유죄임을 인정한다는 이야기... 

결국 좀 도식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지은이는 젊은 아이들에게
"젊음을 낭비하지 말고, 가슴 터질 듯한 젊음을 만끽하며, 알에서 깨어나오려는 노력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국내 최고의 성장소설 작가라 할 수 있는 이금이 선생님,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후속작 <소희의 방>이 11년 만에 출간되었답니다. 

 


<소희의 일기장>이 초딩 6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어 모든 청소년들이 알고 있는 작품.
열다섯 살이 된 소희의 성장 이야기가 궁금하다. 

<소희의 방> 일일연재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클릭!!!

http://cafe.naver.com/prbm/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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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1-05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구덩이와 완득이는 저와 겹치네요.
이거 작성하러 들어와서 일단 서재질(?^^)부터 하는 중이거든요.^^

글샘 2010-11-05 10:48   좋아요 0 | URL
작성하시면 보러 갈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