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글쓰기 프로젝트
(사)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지음 / 삼인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의 글에는 '솔직히'가 숱하게 튀어나온단다.
누구도 그들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자괴감이 밀어낸 말일지 모른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지어낸 말이 아닌 자기들의 말을, 누구에게 털어 놓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던 이들이다. 

봄을 파는 여성들.
시작은 각기 다르지만, 결말은 모두 한결같았다.
사람 사는 삶이 아니었다. 

봄을 파는 여성들도 노는 물이 다르다.
겨울을 파는 여성들도 있는 반면, 극소수지만 봄을 팔아서 한몫 챙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곳도 있는 얄궂은 곳. 

그렇지만, 대부분은 다방으로, 집창촌으로 성매매 현장을 뛰어야 하는 '슬픈 몸'으로 살아가게 된다.
슬픈 결말. 

용기를 내서 쉼터를 찾게 되고, 재활의 의지를 갖는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한국에서 성매매 여성이 수십 만 명이 될 거라는 기사를 읽은 적 있는 걸 떠올리면, 새발의 피란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 뛰쳐나오고 싶을 때, 큰 힘이 될 것이다. 

쓰레기통에서 핀 장미로서의 여성.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서 이야기하는 '주권'을 제 몸에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국가는 '노예 국가'이다.
실제로 성매매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빚'이란 이름의 굴레고, 그 삶은 곧 노예의 삶이 된다. 

나의 의식에 붙어 있는 몸뚱이지만 나의 의식도, 나의 몸뚱이도
나의 것이 아닌 상태로 살아온 거 같다.
난 진열장의 상품밖에 되지 못했다.
우리는 진열장의 고기처럼 진한 화장과 화려한 겉옷과 짙은 향수로
싱싱한 고기처럼 그들을 유혹한다.
우리에겐 이 세상의 남자들은 돈에 불과했다.
그 남자들에게 우리가 창녀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올 수 없었던 진흙과 같은
내가 살기 위해 나를 버리고 죽여야 하는
난 하루에 열 번, 스무 번씩 나를 죽이고 살린다. 

내가 나를 죽이지 않으면 정말로 죽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러다가 내가 나를 죽이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 모여든다. 

내 삶을 찾아준 것은 당신들이지만
이 삶을 얼마나 잘 살아가느냐는 나의 책임입니다.(재수 님, '살림' 상담소에서 일함) 

부산의 남부민동, 속칭 완월동이란 곳에서 일어나는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을 고발한 책이다.
달을 감상하는 동네, 玩月洞은 성매매의 대명사가 되어 동 이름도 바꾸었지만, 현실은 여전한 모양이다. 

세상의 어두운 곳에서 날마다 겨울을 팔 그녀들의 미래에, 따스한 햇살이 함께 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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