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역사 시간 쯤...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김수로와 허황후의 후손이기 때문인데, 허황후가 인도에서 돌배를 타고 온 공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대학에 가서 국문학사 시간에 삼국 유사와 관련된 자료를 읽으면서도, 인도 공주와 가야? 그저 이런 의문만 품은 채 넘어가곤 했었던 것 같다. 남들은 무심한 것을 들이 파는 사람을 학자라고 한다. 이 소설가는 물론 학자들이 허황옥의 루트를 되밟은 자료들을 찾아 읽었겠지만, 그 사이를 메꿀 만한 역사적 자료가 이천 년 세월을 흘러오면서 오롯이 남아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 간격을 작가의 상상력을 통하여 만들어 낸 이야기다. 인도의 아유타 왕국 공주였던 라뜨나는 월지국의 침략을 피해 동쪽으로 배를 타고 떠난다. 그들은 교역을 통하여 부를 축적하기도 했는데, 우연히 김수로가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해주기도 한다. 가야에 정착하게 된 라뜨나 공주 일행은 가야 백성들에게 따스한 보살핌을 주기도 하고, 공방을 만들어 살림살이도 넉넉하게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견제를 받기도 하지만, 김수로와 신뢰감을 회복하여 결혼하게 된다는 해피 엔딩. 삼국 유사 속의 허황한 이야기 한 토막을 붙잡고, 소설적 상상력으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