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어른을 위한 동화 17
이희정 글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꽃들에게 희망을... 이란 책이 명작인 이유는, 기어올라가려 기를 쓰던 애벌레들이 올라가본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음을 보여준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되어있는데, 글쎄,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위안을 얻을까?
아니면, 정말 하느님의 섭리를 이해하고 마음 편하게 살면서, 착하게 살려고 노력할까?
오해한 사람이라면, 노력해서 기를 쓰고 성공하려고 하는 데 이 이야기를 아전인수 격으로 끌어들일까? 

독자의 몫으로 남는 것이 많은 이야기. 그것은 열린 이야기고, 좋은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도, 열린 책이다.
나비가 되기 위한 과정을 겪는 애벌레, 번데기의 기다림을 통해서,
독자들은 또다른 자신을 관찰하는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자신을 또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철학의 힘이고 다른 말로 종교의 힘이기도 하다. 

하느님께서 내게 이 길을 가라 하신다...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의 소명이라기 보다도,
스스로 그 길에 대해 일어나는 불안감과 자신에 대한 작은 불신들의 씨앗을 덮어버리고 싶은 의지일 수도 있고,
믿음을 가지고 자신을 바라봐야겠다는 신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비'가 되자!
이런 건 아니다.
그럼, 나비가 돼서 뭐가 될 건데? 

애벌레가 느낄 수 있는 곳은 2차원 공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나비가 되면,
3차원 공간을 누릴 수 있다.
그 3차원 공간은 인간처럼 불완전하게 수직 상승 욕구만을 기계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롭게 공기를 딛고 올라서기라도 하듯,
사뿐사뿐 자유곡선을 그리며 자신을 즐기듯 누비는 것이다. 

눈부신 모든 것들이 슬픈 것은, 그 안에 기다림, 고통, 외로움, 단절, 사랑, 보잘것없음이 포함되었기 때문(64)이라는 작가의 말도 나비가 누리는 자유 공간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인간이 쌓아올리는 바벨탑은 무너질 것을 전제로 하듯 무상한 것이기에... 

오늘 해운대에서 '타워링'이란 영화처럼 고층빌딩에서 불이 났다.
아름답기 그지없던 그 건물의 외피는 결국 불 앞에서 인화물질 역할을 하고 만 것이다.
화려한 외피로 치장한 인간의 욕망은 결국 무너진다. 

 

기나긴 기다림의 어려움을 함께 해준 사랑이 있었다.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는 일,
함께 있어주는 일,
오랜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일... 

그것이 가장 강한 사랑의 표현이다. 

나비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독서치료용 '빨간약(머큐로크롬)' 

이야기도 새뜻하지만,
작가의 그림도 아름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