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개념어와 논리적 해석 - 언어영역 1등급을 향한 문학 접근법
이성권 지음, 유장홍 엮음 / 쏠티북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까지의 '국어 공부'와 고등학교에서의 '수능 준비'는 차이가 많다. 

국어 공부는, 선생님이 불러준 내용이거나, 수업 중 다룬 지문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유추해 낼 수 있으면 되는 거지만,
수능 준비는, 그 많은 작품들을 만났을 때 해석해 내야 하고, 많은 용어들이 어떤 뜻으로 쓰인 것인지 금세 분간해 내야 하는 것이다. 

문학은 시, 소설, 고전, 기타(수필이나 극) 정도로 출제되는데,
이 책에서는 시를 많은 부분 다루고 있다.
학생들이 시를 가장 어려워하고 있음을 잘 이해한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돋보이는 점이다. 

그리고, 짧은 시에서 문제로 출제할 것이 가장 많다.
그만큼 많은 개념을 덧붙일 수 있는 장르가 '시' 영역이다. 

이 책은 공부 잘 하는 중3, 고입 준비생.
또는 국어, 문학이 아무리 해도 낯선 고1 학생.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낮은 고2 학생들이 꼭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기술자 군의 '언어의 기술 상, 하' 정도를 읽어 준다면 언어 영역에 대한 두려움(공부해도 안 올라가요~~ 쉬운 말로, 공부하긴 하는데, 모르는 말이 넘 많아요~)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개념의 쉬운 설명에 이어서 다양한 좋은 글들(수능 기출이 많으니 당연히 좋지)로 예시문제가 붙어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언어영역이 5등급 정도라도, 이 책을 겨울 방학에 독파한다면, 충분히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에필로그가 인상적이다. 

여러분 기억하세요? 한 뻐꾹새의 서러운 울음이 여러 '산봉우리'를 울리고, 
'섬'을 밀어 올리고, 마침내 '철쭉꽃밭'을 발갛게 다 태우며, 온 우주를 진동한다는 그 시를...
그 흔한 뻐꾹새의 '소리'가 놀랍게도 산과 바다, 세상의 꽃들을 활짝 열리게 하고
이 우주는 이렇게 말없는 가운데 조화롭게 연결되었다니...
이런 소식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각할수록 정말로 놀라운 발견이요, 황홀경의 체험이 아닐까요?
그것은 일종의 엑스터시입니다.

ex + stasis!  말 그대로 '밖으로 나와 서라'


여러분, 한 뻐꾹새의 울음이 곧 천지의 열림을 만들었듯,
이 책은 문학에 갇혀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헤매던 수험생에게
이제 좁고 답답한 곳으로부터 나와서 탁 트인 세계에 서서 환하게 열리는 문학의 세계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울림이 되고자... 

여러 산봉우리에 여러 마리의 뻐꾸기가
울음 울어
떼로 울음 울어
석 석 삼년도 봄을 더 넘겨서야
나는 길뜬 설움에 맛이 들고
그것이 실상은 한 마리의 뻐꾹새임을
알아냈다. 

지리산 하
한 봉우리에 숨은 실제의 뻐꾹새가
한 울음을 토해내면
뒷산 봉우리 받아넘기고
또 뒷산 봉우리 받아넘기고
그래서 여러 마리의 뻐꾹새로 울음 우는 것을
알았다. 

지리산 중
저 연연한 산봉우리들이 다 울고 나서
오래 남은 추스름 끝에
비로소 한 소리 없는 강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섬진강 섬진강
그 힘센 물줄기가
하동 쪽 남해로 흘러들어
남해 군도의 여러 작은 섬을 밀어 올리는 것을 보았다. 

봄 하룻날 그 눈물 다 슬리어서
지리산 하에서 울던 한 마리 뻐꾹새 울음이
이승의 서러운 맨 마지막 빛깔로 남아
이 세석 철쭉 꽃밭을 다 태우는 것을 보았다. <송수권, 지리산 뻐꾹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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