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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사기당한 한 남자가,
사기꾼 일가족을 처참하게 살해한다.
사기당한 남자는 일가족 살해범으로 사형언도를 받는데...
일순간에 네 명의 가족을 잃어버린 가나코란 여자아이.
고모집에서 외롭게 살던 아이는, 우연히 살해범에게도 자기와 같은 또래의 딸이 있음을 알게 되고...
살해범의 딸 미호와 일가족을 잃어버린 가나코,
불구 대천의 원수일 둘은, '우리'가 된다.
마지막에서, "우리, 살아갈 수 있는 거지?"하는 말을 주고받으며 눈길을 마주칠 때,
그들의 '우리'란 말에 눈물겹단 생각까지 들었다.
살다 보면, '우리'가 되기 힘든 관계도 많다.
그렇지만, 또 살다 보면, 그 대립되는 '우리'들이 부득불 친근한 '우리'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의 묘미다.
단맛이란 살아있는 자기 자신을 재발견할 수 있는 미각인지도 모른다.
쓰라린 인생 속에서 단맛을 이렇게 해석하는 가나코의 마음에 드리운 찬바람의 그늘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죄는 인간의 혼을 들여다보는 잠망경이 된다.(427)
이런 이야기를 읽는 일은 스릴러를 읽는 것도 인생에 대한 성찰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죄를 짓고, 자신의 삶이 어디로 가고있는지 자신도 모를 때,
죄의식은 자신을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눈으로 관찰하게 만든다.
그런 관찰이 곧 성찰이 되고, 통찰력을 발휘하게 하는 관조의 순간을 불러올 수도 있는 법이다.
마음 속이 텅 비어버린 것처럼 허전한 사람들에게, 너 나보다 허전해? 그럼 내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
이렇게 가나코가 말을 거는 것같은 소설이다. 끔찍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맛이 숨어있다.
다만, 번역하는 과정에서 '심홍'처럼 한국어에서 부려쓰지 않는 말들을 쓰는 일이 간혹 있어서 아쉽다.
'심홍'은 짙은 빨강 scarlet... 정도인데, 글쎄, 이 소설의 피비린내와 청춘의 가나코의 슬픔을 드러내는 깊은 붉은빛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짙은 빨강이 가나코의 젊음을 어둡지만 경쾌하게 이끌어 나가는 힘을 주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영화 스틸컷을 찾아보니, 심홍이 와 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