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하나 나 하나 마음에 시 한편,

그러나... 알라딘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거...
한국의 시인과 외국의 시인들의 연애시를 모아본 책이다.
애초에 선물용으로 만들었던 듯 싶은데, 좋은 시들이 제법 많다.
그렇지만, 역시 선물용으로도 시집은 아닌가 보다. 품절이라니...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의 끝구절은 언제나 쓰라리다.
이 시의 서술어만 모아 보면, 그의 삶이 투영된다.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스스로를 돌아본 시 중에선 백미로 꼽는다.

문정희의 ‘사랑은 불이 아님을’은 사랑의 흔적을 더듬는다. 

사랑은 불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불도 아닌/ 사랑이 화상을 남기었다...외롭고 깊은/ 강물 하나를...

이외수의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는 참 외로운 사람을 잘 그리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으로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 안으며
나지막이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이외수 삘보다는, 신경림의 '갈대'에 어울리는 화답시 같은 느낌.

정현종의 ‘사랑의 꿈’은 삶에서 ‘사랑’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사랑은 항상 늦게 온다. 사랑은 생 뒤에 온다.
그대는 살아보았는가. 그대의 사랑은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랑일 뿐이다.
만일 타인의 기쁨이 자기의 기쁨 뒤에 온다면 그리고 타인의 슬픔이 자기의 슬픔 뒤에 온다면
사랑은 항상 생 뒤에 온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생은 항상 사랑 뒤에 온다.

그렇지만, 역시 연애시의 최고봉은 만해 스님이다.
스님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는 연애편지 끝구절에 적기 제일 좋은 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삶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요즈음, 프로스트의 ‘가지않은 길’은 새로운 감회로 읽힌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부세의 ‘행복’ 역시 나를 북돋운다.

사람들은 말하지. 산너머에 행복이 있다고./ 아아, 사람들은 서로를 찾아헤매다. 눈물을 훔치며 돌아온다
사람들은 말하지./ 산 너머에 행복이 있다고

칼릴 지브란의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는 삶에서 사랑의 의미를 위무해 준다.
삶은 그대를 속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라는...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
사랑이 그대를 손짓하여 부르거든
따르십시오...
비록 그 길이 어렵고 험하다해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에는
몸을 맡기십시오...

그대에게 상처를 준다해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거든 그를
믿으십시오...
비록 사랑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모조리 깨뜨려놓을지라도....
왜냐하면 사랑은 그대에게
영광의 왕관을 씌워주지만 또한
그대의 십자가에 못박는 일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성숙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대를 아프게 하기위해서도
존재한답니다...

사랑은 햇빛에 떨고있는 그대의
가장 연한 가지들을 어루만져주지만
또한 그대의 뿌리를 흔들어대기도
한답니다. 

그래. 존재의 뿌리를 흔들어 대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사랑이랴 싶기도 하지만, 사랑의 씨앗은 뿌리내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세상의 사랑만큼이나 많은 사랑시가 널린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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