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전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7
강숙인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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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못에 든 고기들아 뉘라서 너를 몰아서 넣거늘 든다
북해 청소를 어디두고 이 못에 와 든다
들고도 못 나는 정은 네오 늬오 다르랴.

조선의 어느 궁녀가 쓴 시조라고 한다. 

조선의 궁녀들은 왕족들을 보필하고 사는 여인들이었다고 하는데...
재주가 뛰어난 궁녀들도 많았다지만, 세상에서 잊혀진 존재들이 되고 말았다. 

저 시조처럼...
연못에 든 물고기들아... 누가 너희를 몰아서 넣어 들어있느냐.
북해 맑은 못을 어디 두고, 이 작은 못에 와 들었느냐.
들어오고는 못 나가는 사정은 너나 내나 다르랴... 

연못에 든 물고기처럼 갑갑한 심사를 어찌 말로 다 헤아릴까. 

운영전은 조선 소설로는 드문 <비극>이다.
보통 해피엔딩이라는 구조를 갖지만, 이 소설은 도무지 해피한 엔딩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궁녀는 닫힌 사회다.
그 닫힌 사회의 일원을 사랑했던 김진사는 운영의 죽음을 당하고, 같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퇴락한 수성궁에서 퇴락한 양반인 유영과 만나게 되는 김진사와 운영의 영혼...
그리고 펼쳐지는 슬픈 운영과 김진사의 사랑 이야기들... 

강숙인 선생님이 다시 쓴 운영전은 쉬운 말로 풀이를 잘 해 놓았으면서도 줄거리가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되어있다. 

고전 소설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장르다.
그렇지만, 고전 소설을 통하여 조선의 모습을 더 풍부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조선 사람들의 다양한 계층이 겪는 고충을 고전 소설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되는 일은,
역지사지의 깊은 마음을 심어주는 일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고전을 접하게 해주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고,
고전을 아이들에게 맞는 눈높이로 새로 쓰는 일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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