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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훈 선생의 꿈꾸는 국어 수업 - 고딩들의 저자 인터뷰 도전기
송승훈 엮고 씀 / 양철북 / 2010년 1월
평점 :
수업이란 무엇일까?
사회 문화 시간에 배우는대로, 기능론적 입장에서, 살아오면서 전승하고 싶어하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는 사회화 과정일까? 아니면 갈등론적 입장에서,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후대에 심어서 계급 재생산을 위한 과정에 불과한 것일까?
한국 사회에서 수업은,
경쟁 구조 속에서 끝없는 딜레마의 체인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짜여진 틀 안을,
방향도 없이 유영하고 있는 지식의 쳇바퀴가 아닐까 한다.
합의된 내용도 없는데, 무작정 경쟁으로 내모는 자율의 쳇바퀴는 아이들에게 무한 지식 도전의 동기를 줄 따름인저.
그 무한 지식은 누구도 평가할 수 없는, 오로지 한 줄로 세우는 데만 목적이 있는 그것을 위해 수업이 형식적으로 존재한다.
교과서를 사지만, 수능에서 교과서는 필요없다.
아이들은 교과서와 문제집과, 그 이전에 학원에서 던져주는 온갖 정크 푸드에 물들어버려, 수업 시간에 신선한 야채를 맛보게 하거나, 색다른 메뉴를 소개할 시간을 갖기는 어렵다.
고딩들에게
1. 책을 읽고,
2. 저자와 연락을 하여 인터뷰를 하라.
3. 인터뷰의 기본은 기획-연락-질문-사진-인터뷰-예절- 등이다.
아이들은 일단 책을 골라 읽는 것까지는 쉽게 한다.
지도하면 서평을 적어내는 것까지도 쉽다.
지금 세대는 그야말로 '논술 세대'다. 잘 쓴다. 까치 글짓기 덕분이라고 농담하듯...
그러나, 저자와 연락을 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저자는 개인 정보를 책에 적는 일이 거의 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살고있는 곳은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 남양주다.(수도권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아이들은 성공적으로 연락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기록으로 남긴다.
정말 훌륭한 수업이다.
그렇지만, 이런 수업은 수도권에서나 가능하고, 모든 학교에서 이렇게 하라고 교육부에서 시키면, 봉사활동처럼 또 쓰레기 수업이 될 일이다.
교사가 읽어야 할 만한 좋은 책들을 소개해주는 것부터가 첫 단추다.
만약에 판타지 소설 작가를 만나도 좋다거나 했다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
아이들은 인터뷰를 통해서 예절을 알고, 지리를 배우고, 협동을 깨닫는다.
혼자서는 죽어도 못할 일을 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그들은 몸으로 체득하게 된 것.
이것이 인터뷰 수업의 가장 큰 교훈이리라.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은 좋은 책들이 많다. 아이들 지도에 참고로 해야겠다.
정희진을 인터뷰할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통찰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insight. 통찰은, 보지 않아야 된다는 말. 눈을 감아야 새로운 삶을 볼 수 있다는 것.
기존의 것, 보이는 것에 목숨 걸지 않는 일이 통찰력의 첫 걸음. 멋진 말이다.
또 여성학에선 언어 사용에 굉장한 의미를 두는데,
성희롱 - 섹슈얼 해리스먼트 - 를 성희롱...이라 하니 무척 가벼운 느낌이 든단다.
언어는 중립적인 게 없는 것. 주체가 분명한 것.
고상만의 '인권은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란 설명도 쉬우면서 정확하다.
인터뷰를 위해 대구까지 발품을 팔았던 아이들,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하여 고문에 대하여 듣고 배우는 아이들.
이런 것이 참 교육이고, 참된 수업이 아닐까.
오로지, 문제만 풀어라!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의 하나를 얻게 된 소중한 경험!
고맙습니다. 송승훈 선생님.
나중에 기회 되면 소주 한 잔 삽지요. (이렇게 리뷰 쓰면, 간혹 저자가 토를 달기도 하는데, ^&^ 부산 오시면 회 한 접시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