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 - 사계절 1318 문고 10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0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1998년 11월
평점 :
절판


농사짓던 시절. 청소년기는 어떤 시절이었을까? 남자 아이들은 힘을 길러 무거운 것을 번쩍 들고 싶어했을 게고, 여자애들은 그런 남자애들에게 은근히 눈빛을 넘나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유목민 아이들은 또 어땠을까? 말을 좀더 잘 다루려고 노력하고, 남들보다 좀더 재빠르게 달리는 것을, 마을 축제에서 더욱 큰 소리로 노래부르고 현란한 몸동작, 그리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자신을 드러냈을지도 모르겠다. 

현대가 되어 청소년은 어떤가.
학교라는 기관에 얽매인 채, 자신의 미래를 머릿속에서만 굴려봐도, 어디에도 미래상은 그려지지 않는다.
청소년은 방황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두 청소년들의 이야기이고, 그 청소년들은 상황이 그닥 좋지 않다.
그렇지만,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청소년들은 성장하고 있다. 그것이 청소년들의 특권인 것이다. 

친구에서는 교사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놓고 있다. 아니, 아버지도 비판의 대상이다.(그 아버지는 교사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모르고, 학생들의 편에서 생각할 줄 모른다.
이타미와 나라처럼 교사들에게 저항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얼얼한 뺨을 만지면서도 지금 나는 살아있음을, 이렇게 가슴이 불타고 있음을 기버하는 육체가 있다.
고목이 되어버린 어른들의 세계와는 다른 생생함이다. 

표제작,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는 쓸쓸한 이야기다.
사내는 죽어버린 아들때문에 고통받는다.
니시자와 시즈오라는 6학년 아이는 일요일마다 먼 곳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내와 만난다.
우연히 니시자와의 선생님이 내놓은 문집을 만나고,  

공책을 펼쳤더니
빨간 글씨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읽어 봤더니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때 울음을 터뜨릴 뻔 했다
더럽히든 더럽히지 않든
이 공책은
선생님 공책이기도 한데 

아, 선생님마저도 빨간 펜으로 감상을 적는 것을 머뭇거린 그 감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소년이 수많은 삶을 살아보려고 했듯이, 아들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북받쳐 올랐다... 

자살률 1위 국가에서, 청소년들에게 도대체 무슨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인지, 삶에 대해서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교사인 나조차도 아무말 할 수 없다.
그저, 너희의 삶을 잘 살펴가며 살아라... 이런 말밖에 던져줄 것이 없는 나. 

'제비역'이란 작품의 주인공은 세 번이나 수술을 받은 여자아이다. 스스로를 죽음의 신에게 사랑받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다키치 아저씨는 근 위축증 환자인데, 그 아저씨와 쟁반 선생님... 병원 생활을 통해서 삶의 의욕을 되찾는 이야기다.
다키치 아저씨의 딸이 쓴 시. 

제비가 머무는 역은
모두 제비역입니다. 

정말... 그래... 머무는 곳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역이야... 치카도,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힘내자...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권정생 선생님 생각이 자꾸 난다.
맨날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 그 조금 건너편에 보면, 쓸쓸한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다.
그들의 그림자는 쓸쓸해서 여느 사람들의 그것보다 좀 흐릿하고, 경계가 희미하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과 조심 이야기를 나눠보면, 결코 그들도 흐릿한 사람이 아님을 알게 한다. 

아픈 사람, 그 아픈 사람때문에 같이 힘든 사람.
사람이니까, 살아야 하고, 사람이니까, 사랑하며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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